#1. 강쌤의 꿀맛 상상.

[달달하고도 달달한.]

by grim jari


#1. 미술쌤의 꿀맛 상상.




기가 막힌 재능 대신 지구력을 타고났던 나는, 엄마의 권유로 꾸준히 그림을 그려 미술을 전공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미술을 가리키며 돈을 벌 줄은 몰랐다. 이렇게 오랫동안, 천직처럼 하게 될 줄은 더더욱.

대학 졸업 후, 처음 취업한 디자인 회사는 너무 힘들어서, 그다음 직장은 너무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다시 회사에 들어갈 자신이 없어, 희망직업 순위의 마지막 보루였던 '미술학원 원장'으로 진로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한 달에 50만 원을 벌면서 1,2년을 초보강사로 일했고, 슬그머니 연차를 쌓아 어느덧 올해로 9년째다.



' 7살 친구가 그려준 강쌤의 초상화. '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미술강사로 9년을 넘게 일할수 있었던 걸까. 미술강사 말고는 할 게 없었던것 같은데, 누군가는 어떤 직업을 10년 정도 할 수 있는 건, 딱 맞는 업을 찾아서라고 했다. 나만 모르는 내 천직이 미술 선생님이었다니.


그런데 그 말도 틀린건 아닌 게, 디자인 회사를 다닐 때 있었던 편두통이 지금은 싹 사라졌다. 아이들이 똑같은 질문을 20번도 넘게 해서, 좁혀진 미간 때문에 이마가 아픈 적은 있었어도 말이다.

컴퓨터 앞에서 야근하느라, 동공이 좀비처럼 확장되고, 입을 벌리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나를 100번쯤 불러대서 넋이 나간 적은 있어도 말이다.


6,7살 아이들 15명과의 전쟁 같은 수업이 끝나면, 발바닥이 아프고 목젖이 매끔해도 수업 중에 혹시 내가 말실수 한건 없는지, 그 아이의 작품이 야무지게 잘 마무리됫는지가 마음에 남는다. 오늘 내일이 변화무쌍한 아이들 덕분에, 수업이 지겨울틈도 없다.

9년을 넘게 일해도 아이들을 대하는 건 매번 조심스럽고, 그림을 쉽고 재밌게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은것도 여전하다.



누가 1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하면 그 분야의 프로가 된다고 말했던가. 나는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수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고, 얼마큼 마음 수양을 해야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스님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말이다. 그런 고민들로 시간을 엮는 동안,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미술강사 말고는 할 게 없어서'였지만, 지금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림'을 가르치려고 애쓰게 됐다. 비록 천직이 될 줄은 몰랐지만 지구력의 힘을 빌려 꾸준히 애쓰다 보면, 언젠가는 눈감고도 수업을 해내는 경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꿀맛 같은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