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민음사 / 2018.03.05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나혜석은 칼자루를 쥔 남성 중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칼날을 쥔 여성들이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과 글을 남겨야 한다고 믿었다. 칼날조차 놓쳐 버리면 "순환"의 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고 나혜석은 예상했을 것이다.
-P9
경희는 벽에 걸린 체경(거울)에 제 몸을 비추어 본다. 입도 벌려 보고 눈도 끔쩍여 본다. 팔도 들어 보고 다리도 내어놓아 본다. 분명히 사람 모양이다. 그리고 드러누운 탑실개와 굼벵이 찍으러 다니는 닭과 또 까마귀와 저를 비교해 본다. 저것들은 금수, 즉 하등동물이라고 동물학에서 배웠다. 그러나 저와 같이 옷을 입고 말을 하고 걸어 다니고 손으로 일하는 것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라고 배웠다. 그러면 저도 이런 귀한 사람이다.
-P69
나혜석은 근대 여성 지식인이었다.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예술가로서 무엇을 추구하고 연마해야 하는지, 조선의 여성들이 개척해야 할 삶은 무엇인지, 결혼 생활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나혜석의 고민은 깊었다.
-P148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다 힘을 가지고 납니다. 그 힘을 사람은 어느 시기에 가서 자각합니다. 아무라도 한 번이나 두 번은 다 자기 힘을 자각합니다. 나는 평생 처음으로 자기 힘을 의식하였나이다. 그때에 나는 퍽 행복스러웠사외다.
-P192
몸이 늙어 갈수록 마음이 젊어 가는 것이야. 오스카 와일드의 시에도 '몸이 늙어 가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젊어 가는 것이 슬프다.'라고 했어, 그러기에 서양 사람은 나이 관념이 없이 언제까지든지 젊은 기분으로 살 수 있고, 동양 사람은 늘 나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쉬 늙어.
-P205
사람은 자기 내심에 자기도 모르는 정말 자기가 있는 것이다. 그(보이지 않는 자기)를 찾아내는 것이 곧 자기를 잊지 않는 것이 된다. 요컨대 우리들의 현재 및 미래의 생활 목표의 신앙 및 행복은 오직 자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수밖에 아무것도 우리의 맘을 기쁘게 해 줄 것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내 생활의 전개를 자기가 보장하려는 것인 만치 지시할(손에 잡히는 열매일) 것이다.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