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ㅡ맛

글-맛: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정현채)

2018.08.13/비아북

by grim jari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지인과 자연사에 대한 대화중에 이 책을 알게 됐다. 죽음학 강의를 하는 정현채 의사의 사후세계, 자살, 죽음에 대한 시선에 대한 내용이라 잘 읽히고 어려운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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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학의 효시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 역시 의사로서 관찰해 온 많은 근사 체험 사례를 얘기해도 동료 의사들은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로스 박사는 이에 개의치 않고 말한다.
"당신도 죽을 때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앎의 문제다."
-p73


근사 체험은 죽음 후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보거나, 주변 상황을 목격한 후 다시 육체로 돌아온 사람들의 진술로 이뤄진다. 책에 나오는 사례가 서로 비슷한 경우라 중반쯤 가면 근사 체험은 기정 사실화되는 것 같다.

믿고 안 믿고는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퀴블러 로스 박사 말대로 앎의 문제라면- 사실 확인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한국인의 문화적 전통은 현세에 집착하고, 죽음을 외면하거나 혐오한다. 삶을 잘 마치고 다음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죽음인데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저승사자나 나찰에게 포박당해 끌려가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를 잘 가라고 배웅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이승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려는 노력들이 전통문화나 설화 곳곳에 스며있다.
-p121



내 기억 속 저승사자는 검정 옷, 모자에 무표정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사람들인데 드라마 도깨비 덕분에 그나마 친숙한(?) 느낌이 더해지긴 했다. 그들의 인상만큼이나 저승으로 가는 길이 험하다는 고정관념이 이승의 망자를 가볍게 보내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니. 아무도 본 적 없지만 다들 믿고 있는 희한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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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일보다, 다투는 일보다, 무리 중에서 권력을 차지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에 대해 처음 생각이 미치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삶을 통과해야 하는지 아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은 완성을 발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추구하기까지 또다시 백 번의 생을 거쳐야 할 거야. 우리가 이 세계에서 배운 것을 통해서 우리의 다음 세계를 선택한다는 말일세.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면, 다음 세계도 지금과 똑같은 것일 수밖에 없지. 현재와 똑같은 한계들과, 극복해야 할 무거운 짐에 짓눌리는.
-p186


사람은 태어난 후부터, 크고 작은 질병을 앓고 세월이 흐르면 늙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수명이 다하면 결국엔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우리가 이 지구별에 온 의미를 찾는 일이고 생을 완성하는 일이다.
-p218


나는 왜 태어났는가. 질문이 머리에 박혀 답을 찾고자 헤매던 날들이 있었다. 삶의 목적 그 이전에 이뤄진 생명의 이유, 의미에 대한 답은 평생에 걸쳐 찾고 완성하는 거란 걸 알고선- 당장 답을 내려하지 않는다. 어제, 오늘의 하루에서 의도치 않게 작게나마, 짧게나마 뭔가를 배우는 것 같다. 가랑비 젖듯 그렇게 삶이 쌓이고 세월이 흐른다. 극복해야 할 무거운 짐도 차차 가벼워질 것 같기도 하고.


헬렌 니어링은 죽음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옮겨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p253


멋진 말이다, 싶은데 한편으론 소멸이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옮겨감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고 잠기기도 했다. 그래 죽음이 슬프기만 한건 아니지- 머리론 이해하는데, 마음에 들어온 모든 이들이 내 세상과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상상해 보면 단숨에 슬퍼지니 나에게 죽음은 아직 이별의 의미인 걸까.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을 새롭게 배운듯하다.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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