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들

#109

by J임스

#109


함피의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고요한 함피-


마당 앞을 지나는 사람들조차도 모두 조용하고 차분하다.


숙소 옆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갔다.

언제나처럼 카메라를 어깨에 비스듬히 걸쳐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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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그냥 돌무더기 천지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신기할 정도로 쌓여 있는 돌무더기들.

어떻게 이런 지형이 생겼을까-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


그중에 마을에서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 본다.

돌산의 높이가 어마어마한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뭔가 새로운 신비다.


바닥은 온통 울퉁불퉁하다.

오르는 속도는 꽤나 더뎠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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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올라보니 사방이 사진 감(Photogenic)이었다.

인적도 없는 커다란 돌산들 사이에서 들리는 것은 나의 숨소리와 연신 찰칵대는 셔터 소리뿐-


근사한 기분이다.


살갑게 부는 바람조차도 뜨거운 태양을 물리치지는 못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해가 정상에서 내려와 저만치 물러가니,

온종일 숙소에만 있던 친구들이 저마다 커다란 매트(Mat)를 매고서 밖으로 나간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그들을 따라나섰다.

마을을 조금 돌아 외곽의 돌무더기 어딘가로 왔다.


다들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인지, 크고 작은 바위들 앞에 삼삼오오 자리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여기서 볼더링을 할 거라고 한다.


볼더링(Bouldering)이란, 로프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 자신의 팔과 다리만으로 암벽을 오르는 것을 말한다.


초크(Chalk)가 잔뜩 묻은 바위들과 그 앞에 진지하게 선 사람들, 그냥 보기에는 돌 하나에 붙어서 낑낑대는 것 같지만 가만히 지켜보니 달랐다.


번갈아 가면서 바위 앞에 선 사람들은 매 시도마다 자신만의 루트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눈 앞에 놓인 무수한 선택지를 채워가면서-


해가 완전히 떨어져 어둠이 차오를 때까지 묵묵히 바위에 오르고 매트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한번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미처 두 발을 다 떼기도 전에 바닥으로 굴러버렸다.


막상 서너 미터(Meter) 정도 됨직한 바위의 꼭대기까지 오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들 시종일관 진지하고 즐거운 얼굴들로 시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깜깜한 밤이 되어 모두 돌아간다고 다시금 커다란 매트를 둘러맸다.


지금 사방에 반짝이는 것들은 별빛인지,

아니면 행복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눈빛인지 궁금하다.


어둠 속에서도 집에 오는 길은 내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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