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110
뜨끈한 짜이로 아침을 시작했다.
노곤한 몸이 일순간에 풀리는 느낌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소소한 맛이 그리워 어쩌려나-
짜이를 금세 두 잔이나 비우고 마을 뒤편으로 향했다.
어제 봐 둔 가게에서 헤나(Henna)를 하기로 했다.
라자스탄에서 만났던 한 제주도 청년이, 여자 일행들과 함께 한 헤나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문득 나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주인을 찾아갔다.
젊은 주인은 헤나를 하러 온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말에 조금 의아해했다.
그래도 별 말없이 종이 몇 장을 내게 보여주며 고르라고 한다.
소영은 옆에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와 그림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주인 아가씨는 그런 소영에게도 헤나를 하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계속 손짓한다.
마음에 드는 문양을 하나 골랐다.
시키는 대로 바닥에 누우니, 그녀가 염료가 든 튜브(Tube)를 조심스럽게 짜내기 시작한다.
뭔가 시원한 감촉이 피부에 닿는다.
금세 문양을 완성시킨 그녀와 염료가 마르는 동안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들은 아무래도 이방인 여성이 신기한지 내내 소영을 빤히 쳐다본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금액을 조금 더 얹어 주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인도인이나 여행자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꽤나 쳐다보았다.
보통 헤나는 여성이 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헤나를 특이하게 목에 가로질러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한 것이라도, 주목받는 기분은 언제든 좋다.
아직도 마음속에는 철없는 아이가 남아있다.
소영은 몸이 좀 안 좋다고 해서 먼저 숙소로 들어갔고,
나는 근처의 샵에서 바이크를 빌렸다.
아까 마을 뒤편으로 보니 멀리 포장된 도로가 있길래, 주변을 좀 탐험해보기로 했다.
이 황량한 풍경이 대체 어디까지 펼쳐지는지가 하도 궁금하여, 도로를 따라서 계속 달려본다.
계속되는 풍경, 뭔가 이유가 있을 것만 같은 돌무더기들의 모임이 끝없이 펼쳐진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다.
이 바람과, 풍경, 그리고 요란한 엔진 소리까지.
어느새 보이지 않는 불안함의 경계까지 넘어서니, 여행자가 닿지 않는 마을인 듯-
마을 아이들은 저마다 뛰쳐나와 바이크를 쫓아오고, 좌우로 스치는 사람들마다 헬로(Hello)를 외쳐댄다.
너무나 근사한 풍경이었다.
날리는 흙먼지에도 잔뜩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생은 어디에서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