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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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긴 여정이 예상된다.
함피를 떠나 벵갈루루(Bangalore)로 갈 예정인데, 고속열차 표를 구하지 못해서 완행열차를 탄다.
400KM 정도의 거리를 대략 15시간이나 걸려서 가야 한다.
호스펫과의 거리가 꽤 멀었으므로 아침부터 분주하게 서둘렀다.
강을 건너 릭샤를 잡아타고 함피를 벗어나는데, 뭔가 아쉬운 기분이 많이 들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이래서 인도에 몇 번이고 다시 오는가 보다.
한 번의 여행으로 원하는 것들을 모두 담아가기엔 모든 것들이 너무 크다.
열차를 기다리는데 말쑥한 차림의 아저씨가 말을 건다.
말을 들어보니, 이 열차를 운전하는 차장님이다.
본인에게 맡겨진 구간을 운전하기 위해서 미리 열차에 탑승을 하려던 참이었다.
자신이 운전하러 갈 때까지 동행하며 안전을 책임지고 싶다고 하시길래 우린 흔쾌히 따랐다.
처음에는 조금 경계도 했는데, 이내 진짜 신분임을 알게 되어 우리는 한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아무도 믿지 말라- 고 신신당부를 한다.
인도인에게서 직접 자국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스스로 보고 듣고 느낀 것과는 별도로, 현지인에게 듣는 이야기들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수입이 5만 루피나 되는 사람인데도 ‘이웃이 불행하면 내가 행복하다’라는 인도 속담을 인용할 정도로, 환경이란 게 참 무섭다.
이렇게 사람의 생각과 마음은 결국, 환경에 의해 지배되는 것일까-
하지만 힌두와, 힌두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조금씩은 더 이해가 되었다.
어느 정도는 해결된 호기심, 반대로 더욱 모호해진 진실이 한데 엉켜서 화두로 남았다.
그래도 아저씨는 내내, 잡상인과 걸인들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었다.
자신의 운전 차례가 되자 다시 한번 안전을 상기시키며 미소와 함께 칸을 떠났다.
열차는 밤새 달렸다.
시커먼 어둠 속으로, 열차는 계속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