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Eve

#112

by J임스

#112


새벽이 다 지나서야 완행열차는 벵갈루루에 도착했다.

어둠과 빛의 경계, 묘한 어스름의 기운이 멀리서부터 도시를 감싼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일단 짜이 왈라(Wallah)로부터 짜이를 한 컵 받아 들고서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이 바쁜지 모두 금세 승강장을 빠져나갔다.


숙소를 잡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역에 짐을 맡기고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벵갈루루 최대의 번화가라는 MG로드로 갔다.


여전히 너무 이른 아침이었는지 문을 연 곳이라고는 맥도널드(McDonald’s) 뿐이었다.

일단 요기라도 할 요량으로 들어갔다가 한국인을 만났다.

그녀는 남인도의 폰디체리(Pondicherry)라는 곳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방학을 맞아 홀로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고 있는 중인 그녀와 한동안 인도 이야기를 나눴다.

만트리라는 곳에 가보라고 하길래, 먼저 숙소를 찾은 다음에 가보기로 했다.


다시 역으로 돌아가서 인근에 적당한 가격에 숙소를 정한다.

처음에는 매일의 숙소가 가장 골치 아픈 문제였는데, 이제는 어느새 흥정도 능숙해졌다.

아무래도 여행을 장기간 하다 보면 현지 물가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아는 것은 여기서도 이렇게 종종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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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트리 스퀘어(Mantri Square)에 갔다.

벵갈루루 최고이자 최대의 백화점으로, 지금까지 인도에서 본 상점 중에 가장 컸다.


문득 제멋대로의 여행을 묵묵히 함께 해주는 소영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

가장 좋아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그녀를 데려가 식사를 하고서는 큰 맘을 먹고 카드를 긁었다.

덕분에 나도 인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식사를 했던 것 같다.


저녁엔 다시 MG로드를 찾아갔더니, 거리 위로 전구들이 온통 반짝이고 있었다.

낯선 거리에서 만난 이 낯설지 않은 기분.


세상에,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다.


그녀도 나도 같은 거리를 몇 번이나 걸었다.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마주 웃는다.


소리 내어 말해봤다.


메리 크리스마스, 소영!

Merry Christmas,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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