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재즈

#013

by J임스

#013


오늘은 때마침 볼 일이 있어 종로에 나갔다가 사거리에서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봤다.

저기 어디 시청 쪽 너머로-


횡단보도를 막 건너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황혼에 넋이 나가 신호가 바뀌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도로에서 차량들을 막고 서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 길을 조금만 건너도 볼 수가 없었다.

높은 건물들에 가려서 당최 앞이 보이질 않았다.


노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바로 건물이 나지 않은 자리,

즉 도로 한가운데뿐이었다.


서쪽 하늘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은 가히 나를 이끄는 무언의 힘이 있었다.

그리고 지독하게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을 마주하기 위해 같은 자리에서 몇 번이고 길을 건너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아마도 이렇게 아름다운 석양이 그대로 경복궁과 북한산에 걸쳐 드리우지 않았을까.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현대의 누각들과 기술들이

되려 우리의 진실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닐까.


종로를 한참 휘적대다가 종묘에 들렀다.

고요하니 아름다웠다.

그동안 와보지 않은 것을 엄청 후회했다.


종묘를 둘러싼 공원에서는 지긋한 어르신들끼리 바둑을 두시거나,

기타나 하모니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악기까지 꺼내어 서로 함께 흥을 내셨다.


혼자 젊은 불청객이 되어 바닥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깔고 앉아 듣다가 무릎을 탁- 하고 쳤다.

아! 이게 바로 코리안 재즈구나!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마음만은 자유다.


그렇게 나는 아름다운 석양을 보면서 활짝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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