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2015년의 일기를 옮겨 쓰다.
소녀는 스승을 말을 한참이나 듣더니, 묵묵히 채색을 시작했다.
이윽고 소녀는 스승에게 크레파스가 잔뜩 묻은 손으로 그림을 건넸다.
스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웃음으로 자신의 그림 옆에 소녀의 그림을 같이 걸어주었다.
운 좋은 여행자는 그 순간을 목격하고, 조용히 다가가 소녀의 그림을 팔 수 없는지 물어본다.
스승은 부끄러워하는 소녀를 위해 대신 값을 불러주었다.
여행자는 역시 웃음으로 화답하며 아무런 흥정도 하지 않고 작품을 받았다.
두 손으로 귀하게 받은 작품에 소녀는 스승이 시키는 대로 내게 와이(합장) 인사를 했다.
잠시나마 빤히 마주친 소녀의 눈동자가 작품에 스며든 듯했다.
줄곧 여행을 해 온 그에게도, 아마 그동안의 여행에서 사들였던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작품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