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다이어리 in Thailand

#Prologue. 치앙마이

by J임스

Days before.


태국에 입국한 지 벌써 두 달째가 되었다. 익숙함과 지루함 속에 남부의 몇 도시를 잠시 찍고 북부의 치앙마이(Chiang Mai)로 배낭을 실었고, 무릇 서울 선비라면 사대문(이곳에는 해자로 둘러싸인 성곽이 있다) 안에 자리해야 한다는 유치한 논리로 구 시가지(Old City)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함과 지루함은 묘한 조합으로 나를 때때로 괴롭히고 사사롭게 즐거이 만들었다. 태국과 연을 맺은 것도 연수로 벌써 8년째가 되었다. 또야? 라는 물음에 어깨를 으쓱하는 것 외에 확실히 달리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간간히 혹은 몰아서 올리는 인스타그램의 사진으로 이 생활의 당위성을 슬그머니 주장해 볼 뿐이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Ex-) 직장생활에 꽤나 지쳤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했고, 잠시 멈춤이 필요했다. 사실 내게 여행이라는 것은 꽤나 고행(을 사서 함)을 수반하기 때문에 역시 다시 돌아봐도 태국이어야만 했다.


애초에 기획한(짱구를 굴린) 기초는 이 곳에서의 한 달가량의 휴식이었지만, 또 '이왕 나온 김에-' 병이 발현하여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29일 만에 비행기를 딱 10번을 탔다. 지친다, 지쳐-


치앙마이에 올라와서 본격적인 휴식을 실천하려니 '본격적인'을 위한 예비 단계와 기획(짱구를 굴림)이 또 와서 붙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서 체력이 돌아오는가 싶다가도 다른 하루를 주변 탐방에 쓰면 꼭 체력이 다시 방전되었다. 다소 늙은 탓이겠지.


치앙마이에서의 시간들은 꽤나 소비되고 낭비되었다. (원치 않는) 잠을 많이 잤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그래도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 라고 자위했지만, 현타라는 것은 역시 금세 찾아왔다.


핑계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1) 우기와 태풍이 겹쳐 연속 24일을 비가 내렸고, 2)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어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하였는 데다가, 3) 동행이 있는 날에는 내 마음대로 기수를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비와 함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잦아들었다. 한 달을 렌트한 콘도의 계약도 만료일이 다가왔으며, 딱 이틀을 앞서 바이크의 한 달간 렌트도 약속한 날을 채웠다. 그래도 이번에는 태국에 있으면서 면허를 땄다. 자차를 보유한 10년의 무사고 운전자에게도 야속한 국제면허(1종 보통)는 태국에서의 오토바이 운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 완성된 나의 태국 면허증은 바이크 반납 이틀 전부터 나를 괴롭혔다.


"아깝지 않아?"


삶과 시간에는 후회가 있으면 안 된다. 아니, 적어도 그런 노력이 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간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민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애매하게 맞물린 콘도 렌탈과 치앙마이에 남아서 해야 할 것들, 할 수 있는 일들 사이에서 가장 나를 유혹하는 수는 꼭 본디 나 같은 모습으로 귀결되었다.


수년만에 장기로 해외에 나와보니, 예전과 다르게 겁이 많아졌다는 걸 느꼈다. 겁이라기보다는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생각이라고 해야 함이 옳다. 이래서 한 해라도 일찍 무엇이든 해보라고 하는지- 어른들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질 때마다 나의 꼰대력도 함께 상승하는 것은 아닌지가 두려워졌다.


'우기에 산길을? 가는 길에 오토바이라도 고장이 나면? 고작 125cc로 어디까지? 숙소도 검색이 안 되는 곳인데? 까탈스러운 배가 탈이라도 나면? 등등..'


걱정은 끝이 없었다. 원래 걱정에는 돈이 안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사코 돈을 들여 다시 오토바이를 한 달 더 렌탈 하기로 했다. 경험상, 벌인 일이 없으면서도 걱정만 많다는 것은 매우 그릇된 무엇이기 때문이다. 금전적 손해를 메우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열정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안다. 생산성은 자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수개월간 멈춰진 글쓰기가 다시 시작된 것으로 원금(지출)에 대한 손익은 충분하다고 생각이 된다.


며칠의 나들이가 될지, 한주가 될지, 한달이 될지는 전적으로 마음과 운(날씨, 컨디션, etc.)에 달렸다. 마음이야 이제 정했으나 운이야 알 수가 없다.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인생이 그렇다면, 또 인생이 들려줄 (지멋대로의) 이야기를 향해 그저 시동을 걸어보는 수밖에. 지갑이 얇아 125cc가 한계라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흙(수저) 투성이의 모토사이클도 잘만 간다.


부릉, 부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