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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Feb 14. 2016

여행자의 노래

#050

#050


현재 위치: 따지렉(Tachileik), 미얀마.


동네 깊숙이 들어와서 사실 뭔지도 모르는 면같은 걸 지금 먹고 있는 중이다.

분명히 나는 볶음밥을 시켰는데, 볶음면이 나왔다.


날이 엄청 덥다.

사실은 더위를 먹을 것 같아서 일단 급하게 실내로 들어와 식사를 하는 거다.


처음으로 걸어서 나라의 국경을 넘어봤는데 기분이 묘하다.

태국 이민국 아가씨를 지나니, 미얀마 이민국 아저씨가 나를 맞는다.


입국심사는 항상 떨린다.

괜히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그런다.


국경을 넘자마자 여행자에 익숙한 시장 상인들과 택시기사들이 달려든다.

집요하게 늘어지고 흥정하려는 모습에 치여 확 빈정이 상했다.


사람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과연 환경일까.


사람들을 피하고 여행로를 피해서 마을 안쪽으로 그냥 주욱 걸어 들어갔다.

이제야 조금 미얀마에 온 것 같다.


식당의 손녀쯤 돼 보이는 앳된 소녀가 얼굴에 분칠을 한 채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이방인이 신기한가 보다.


나도 같이 그녀를 힐끗 쳐다본다.

소녀는 금세 부끄러운지 어른들 뒤에 숨었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다시 마을 구석구석을 살폈다.

느릿한 걸음으로 마을 언덕에 오르니 원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솟은 지붕들의 모습이 정겹다.


다시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돌아왔다.


사실 미얀마는 정식으로 여행을 하려면 현재 항공으로만 입국이 가능하다.

육로로의 입국은 사실상 허용이 되지 않고, 단지 국경 주변의 제한구역만 관광할 수 있다.


다음에 오자.

다음에-


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로 바이크를 몰았다.


오늘 하루 국경선을 따라 여행을 하기 위해서 버스가 아닌 바이크를 택했다.

치앙라이에서부터 이곳 국경까지, 그리고 이제 치앙센(Chiang Saen)으로 내달린다.


메콩강을 따라 쌀쌀한 맞바람을 맞으면서 조용한 이 길을 달린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길.

그리고 나 역시도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 여행자라는 것을 자각하는 매 순간마다 스치는 감정은 항상 다르다.
새롭다.

해가 거의 저물고 어둑할 무렵에야 골든 트라이앵글에 도착했다.

세 국경이 마주한다는 어떠한 상징성을 느끼고 감상하기에는 체력이 너무도 달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조금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지친 몸과 점점 차가워지는 한기에 어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핸들을 잡는다.

돌아오는 길은 온통 어둠과 한기, 그리고 뜻하지 않은 고독감으로 가득 차 있다.


저녁 10시가 다돼서야 치앙라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뭔가 시끌시끌하다.

라운지가 젊고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물어보니 고등학교 동창회를 오늘 여기서 벌이기로 한 것.


주인 부부가 잔뜩 얼굴이 상기된 채로 내게 다가와 함께 즐기자고 한다.

이런 기회를 마다할 여행자가 있겠는가.


동창들 가운데 음악 하는 친구들이 있는지, 라운지 한쪽에서는 작은 공연을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지만 왠지 모르게 친숙하게 들려온다.


멜로디와 사람들의 수다가 한데 어우러져 공간을 가득 채운다.

낯선 이곳에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밴드가 외국곡을 연주하던 차에 흥에 겨워 따라 부르던 모습이 딱 걸렸다.

술에 거하게 취한 친구들이 내 팔을 잡아끈다.


멋쩍은 웃음으로 못 이기는 척 무대로 나갔다.

사실 나는 밴드에서 보컬을 해본 적이 있다.


‘Desperado’ 를 불렀다.

비록 기억은 가물 했지만, 가슴으로.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한다.

여행자의 노래.


(Desperado by Eagles)


Desperado, why don’t you come to your senses?

You’ve been out ridin’ fences for so long now

Oh, you’re a hard one

I know that you got your reasons

These things that are pleasin’ you

Can hurt you somehow


Don’t you draw the queen of diamonds, boy

She’ll beat you if she’s able

You know the queen of hearts is always your best bet


Now it seems to me, some fine things

Have been laid upon your table

But you only want the ones that you can’t get


Desperado, oh, you ain’t gettin’ no younger

Your pain and your hunger, they’re drivin’ you home

And freedom, oh freedom well, that’s just some people talkin’

Your prison is walking through this world all alone


잊을 수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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