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포퓰리즘

청년 정책에 대한 주체성

by 달람씨

창업을 하면서 정책이나 정치에 관심이 좀 더 많아지긴 했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정부 추경을 통과시켜주지 않는 한 야당 덕분에(?) 창업 정책 집행에 영향을 받았다. 창업 초기에는 정부 지원정책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한국 창업 환경 특성상 정책을 주도하게 되는 정치에 예전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차츰 창업에서 청년정책 그리고 국가의 주도 방향에 관한 정책적 관점으로 확장되어 갔다.


그래서 요즘 청년 정책에 관해 이야기 하는 조직과 모임을 참석하곤 하는데, 참석할 때마다 답답함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곳에서 이야기 하는 청년 정책이라는 것은 소위 사회적 약자로서의 청년이다. 사실 바꿔말하면 과거에도 약자였기에 기성세대에도 있던 유형의 사람들이었으나 그 시대에는 그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 지금은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중이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개인의 의견이니 답답함을 느낄 이유가 없다. 답답함은 이들에 대한 정부나 정치권의 반응이다. 그들은 그들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전체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자세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한다. 청년 수당 같은 것이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나온 정책이다. 하지만 과연 이 사람들이 청년의 전체이고 이들의 목소리만 반영되면 되는가?


대기업 사무직에 취업하고 나서 주변의 학교 친구, 선후배들의 이야기는 한결 같은게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대학 안가고 생산직으로 취업해서 일할껄. 제도권에서 요청하는 대로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각자가 각자의 상황에서 노력을 다하여 성과를 취득하였지만, 그렇게 취득한 성과는 공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욱 심해졌다. 개인의 사정이야 다양하겠지만 개인의 노력을 사회적 지원으로 상쇄시켜주는 정책이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많아질듯하다. 노력해서 뭐하나 싶다. 처해진 상황이 이러하니 적응해서 노력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은 없지만, 노력하지 않고도 공공의 자원을 활용해서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갑갑함이 따를 뿐이다.


정치의 목소리에 "제도권의 경쟁에서 노력하고 있는"사람들의 목소리는 반영되기 어렵다. 그들은 현실에서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어야 그들 나름의 생존이 가능하므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그들을 제외한 사람들이다. 정치활동이 밥줄이거나 밥줄로 삼을 계획에 있거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생존권이 위협받거나 생존권은 보장되어서 여유가 넘치거나. (물론 가끔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현실 정치인도 가~끔 있어 보인다. 그들의 목소리에 100% 동의하진 않지만, 그들은 응원하고 있다.)


한 편,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며 성장하는 좌파는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일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속해 있다. 자본주의 기득권층인 정치세력은 자본을 바탕으로 대중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경험과 자신감을 갖고 있어 대중의 생각을 받아 들이지 않아도 된다. 포퓰리즘을 외면해도 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한국의 좌파는 그럴 수가 없다. 대중을 외면하고는 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도 없으니 대중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 그들이 일이긴 하다. 하지만 너무나 수동적이고 피동적이다, 적어도 청년 정책에 관해서는.


아마 그들 전부(!!!!!)가 일반 청년이 아니라 그런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력서를 몇 백번씩 써봐야 하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 있지 않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았더니 생산직 노조와 사무직 간무 사이에서 찌그러진 사회 생활 경험을 한 찌질한 사람이 국회에 있을리도 없다. 국회는 소위 "난 사람"이 가있는 자리라 일반 청년을 이해할 수 없다. (아! 그래서 집주인을 위한 정책을 빠르고 쉽고 체감할 수 있도록 반영되는구나!)그래서 그들의 정책은 너무나 주체적이지가 않다. 계속해서 이야기 해달라고 한다. 자기 삶도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세금을 통해)을 받는 사람들이 찾아가서 듣지는 못할 망정, 찾아와서 이야기 해달라니. 무슨 정치 맛집이라도 된단 말인가. 바쁜 와중에 찾아가서 의견까지 피력하면서 월급까지 주게.


나는 한국 좌파가 포퓰리즘에만 빠져있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한국의 좌파는 좌파라기 보다는 중도거나 중도 우파에 가깝거나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가장 성실하게 세금을 내면서도 정치에 대해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가며 정치와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일본에 대해서 할말하는 자세 등 일반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그런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중의 이야기만 듣고 들리는 이야기가 전부인양 방향을 잡다가는 무주공산인 우파의 영역에 이리떼만 득실 거리게 두게 될 것이니. 덕분에 나도 오늘 처음으로 "이런 태도라면 차라리 더러운 당을 지지하고 그 줄에 서는게 낫겠는데?"라는 생각을, 정말 처음으로 스쳐지나가며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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