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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저녁단상"

동네이야기

"알제에 두고 온 고구마"


알제에 두고 온 고구마를 회사 동료들이 찍어서 보내줬다. 벌써 한국에 온지 5일이 지났고, 한국에 적응하기 바빠서 정신이 없었는데, 사진으로 기르던 고구마를 보니 문득 알제의 생활이 그리워 졌다. 마치 내가 알제에 분신을 두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주에는 나와 함께 집에서 내가 물 주고 관리 하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내가 아닌 내 동료들이 주인이 되어서 관리해 주고 있다.


추억은 내가 두고 온 물건에서도 시작이 된다. 사실 혼자 살기 외로워서 화분을 하나씩 들여 놓고 관리를 했었는데, 한국 올 때 가져 올 수는 없어서 두고 왔더니, 이렇게 사진을 한 번씩 받을 때마다 문득 문득 보고 싶어 진다. 사진을 보니, 고구마 외에도 다른 잡초도 눈에 띈다. 잎이 큰 저 친구는 과연 무슨 종일까? 내가 심은 적은 없는데, 아마도 날아 다니다가 화분에서 싹을 틔운 듯 하다.


매달 한번씩 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고구마 친구들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알제에서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회사 동료들이 잘 관리해 줄 것을 믿는다. 내 아바타를 잘 관리해주는 회사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 그들도 나를 생각하면서 관리해 줄 것이고, 고구마를 통해서 우리는 서로 연락을 할 것이다. 그 끈을 오랫동안 놓치 말고 잘 관리 해 보자.

먹을려고 산 고구마에 싹이 나서 기르기 시작했다
"퇴근 후 동네 산책"

한국에 와서 부모님 댁에 잠시 머물며 회사 다니고 있다. 오늘은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다 보니, 만보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산책을 통해서 모자란 만보를 채울려고 나왔다. 집 앞에 있는 물 길 옆으로 산책길이 정비되어 있어서 따라 가다 보니,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보였다.


수원시에서 조명을 제대로 관리해 줘서인지 낮에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이 지나간 길이었는데, 오늘은 산책로에 걷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흐릿한 구름낀 밤하늘은 배경으로 사용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조명의 포인트가 절묘해서 화성의 색깔이 더 찐하게 보인다.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인다.

수원 화성 화홍문
수원 화성 화홍문

수원 종로에서 화성 행궁 방향으로 나와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눈 앞에 10미터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조명이 켜져 있었다. 낮에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밤에 보니 은근 예쁘고 아기자기 하다. 크리스마스 트리 맨 위에 있는 파란 색 별은 나에게 뭐가 작은 희망을 주는 듯 하다. 올해 나에게 많은 일이 있었고, 고민도 많았는데, 잠시 별에 맡기고 산책을 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뒤로 화성행궁의 정문이 보였고, 그 뒤로 팔달산 위에 서장대가 보였다. 행궁 앞 광장에는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어서 조용해서, 지난 주말에 와서 느낀 감정과는 완전 결이 다른 또 다른 느낌이다. 같은 장소 그러나 다른 느낌이다. 내일도 일찍 퇴근하고 와서 운동 삼아 산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좋은 인프라가 있는데, 그동안 집에 와서 유투브 보고, 티비 보면서 시간을 킬링하기에 바빴었다.


내 이야기가 아닌 정치인이나 어두운 뉴스에 나의 가치 있는 시간을 투자 하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잠시 핸드폰과는 격리된 생활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나에게는 의미 없는 영상을 보면서 순간의 쾌락을 느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이나 유혹이 들어 오면 바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와서 화성을 한바퀴 돌려고 한다.

오랜만에 선경도서간 앞에 있는 "우영우 김밥"에 가 보았다. 최근에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가지 말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가게는 공사 중이었고, 불도 꺼져 있었다. 왠지 드라마에서 보던 그 느낌이 전혀 안 나고 실망감이 시나브로 나에게 들어 왔다.


이제는 더 이상 우영우 김밥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새롭게 리모델링하면 그 느낌이 다시 살아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행궁동 식당가들이 많은 골목으로 빠져 나왔다. 8시쯤 되었는데 손님 없이 비어 있는 가게들이 많았고, 일부 가게 만이 영업 중이었다.


행궁동은 주말에만 사람이 많고 주중에는 한가한 동네였다. 나는 그동안 주말에만 와서 이런 부분을 알지 못했다. 주말이든 주중이든 이 동네가 잘 되어서 내가 갈 곳이 지속 유지되면 좋겠다. 여기가 아니면 집 근처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행궁동이 좀 더 활성화 되면 좋겠다.

동네 한바퀴를 돌고 집으로 가는데,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고, 만보를 달성했다.

몸에서는 약간의 땀이 났고, 몸이 후끈해져서 기분이 더 좋았다.


오늘도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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