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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Apr 03. 2023

덜 불행하고 더 행복해질 너에게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은 "나"

누군가의 엄마로 사는 데에는 엄청난 양의 반복 작업이 수반된다. 나는 유지 노동자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속한 문화권에서 완전히 버려졌다고 느꼈다. 우리 문화에는 유지 노동을 인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중에서 -


40년의 시간 중 이제 10년의 시간을 엄마로 살았고, 10년의 시간 중 초기 5년의 시간은 불행하다 생각하며 살았다. 행복은 봄에 피는 벚꽃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기에. 불행의 부피와 무게가 벚꽃의 가벼움을 짓눌렀기에.

더 이상 생산적인 내가 되지 못한다 생각했고, 발전 없는 시간을 흩뿌리며 살아간다 착각하던 시절. 긴 시간 나를 갉아먹던 그 생각과 착각들에 '멈춤'을 허락해 주자며 다독였다.

내리막길에서 씽씽이를 신나게 타다가도 갑자기 길에 우뚝 서서는 길가의 민들레를 지켜보는 아들의 행동에서. 곧장 그 길로 집에 들어가도 될 텐데 굳이 경비실 앞까지 걸어가 경비 아저씨에게 밝게 인사하는 딸의 행동에서. 나는 또 다른 세상을 배웠다 생각한다.

그렇게 "덜 불행하고 더 행복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행복과 불행을 이분화하지 않는 날들을 살고 있다. 모순적이게도 행복은 불행을, 불행은 행복을 더 깊이 느끼게 해 주기에.

둘 다 소중한 나의 감정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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