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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Oct 26. 2024

오늘도 바다에 가지 못했다.

구름 지도를 그리는 오후

창문을 열어도 바다는 없다.


아파트 단지의 회색 벽과 도로의 소음만이 가득할 뿐. 가을 하늘은 유독 높고 푸르러서, 보고 있으면 더욱 답답해진다. 떠나지 못하는 일상이 좁은 방처럼 나를 누른다.

스마트폰 화면 속 바다는 차갑도록 선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바다가 아니다. 파도 소리도, 짠 공기도, 발에 차가운 모래가 스치는 감각도 없다.

핸드폰 속 달력 어플을 넘기며 생각한다.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고. 지금은 비록 일상에 발이 묶여있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창밖으로 날아가는 새들이 부럽다. 그들은 아무 계획 없이도 떠날 수 있다.

커피 향이 방 안에 가득하다. 오늘도 SNS에는 누군가의 여행 사진이 가득하다. 작은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으로는 여행 중이니까. 상상 속에서는 나도 바다를 걷고, 산을 오르고, 낯선 거리를 헤맬 수 있으니까.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본다. 떠다니는 구름은 마치 '지도'처럼 보인다. 언젠가 내가 걷게 될 길들의 지도.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발견의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여기 머물러 있지만, 이 답답함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겠지. 그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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