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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Nov 02. 2024

용와대? 어이가 없다.


『경복궁』은 우리에게 한 시대의 끝을 상징한다. 조선왕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궁궐. 마치 오랜 침묵을 깨고 우리에게 지난 세월의 흔적을 마주하게 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곳을 걸으며 우리는 왕조의 마지막 숨결을 느끼고, 그 시절을 기억한다. 한 나라의 상징이 개인의 것으로 다가올 때, 그것이 품고 있던 역사는 조금씩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다.

하지만 『청와대』는 다르다. 조선왕조가 막을 내린 뒤에 국민에게 개방된 경복궁과 달리, 청와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직 유지되고 있음에도 개방되었다. 아직 현직 대통령이 아닌 과거 대통령들이 이곳을 거쳐 갔지만, 그 자리에선 여전히 권력과 국정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를 국민에게 내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문을 열고 내부를 공개하며, 이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보게 한 의도가 무엇일까?

경복궁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청와대의 개방은 마치 아직 살아있는 권력의 중심을, 국민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이는 우리 시대가 더 이상 특정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국민의 손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참여하려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개방’일지 모른다.

청와대 개방이 주는 감정은 복잡하다. 국민의 공간이 된다는 것은 권력이 국민을 더 투명하게 대한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 마음 한편에선 울화가 치민다. 아직 끝나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정부의 중심을 이렇게 쉽게 공개해도 되는 걸까? 청와대의 문을 열어줬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로 그 안에 흐르는 권력을 이해하게 된 걸까? 아니면 그저 구경거리로 전락한 걸까?

이러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 때마다, 나는 이 개방이 단지 상징적인 제스처인지, 아니면 국민의 의지로 이뤄낸 변화인지 고민하게 된다. 경복궁이 한 왕조의 끝을 알리며 과거가 되었듯, 청와대도 언젠가 또 다른 시대로 넘겨질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이 공간이 지닌 진정한 의미와 앞으로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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