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문구가 붙은 유리창 너머로 텅 빈 진열대가 보인다. 어제까지 따뜻한 불빛으로 나를 맞아주던 그 자리에 이제는 차가운 공허만이 남았다.
문득 깨닫는다. 떠남이란 늘 이런 식으로 온다는 것을. 예고 없이, 그러나 필연적으로. 마치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마음에게는 갑작스럽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스친다. 그들 역시 언젠가는 저 임대문구처럼 나의 일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죽음이든, 이별이든. 어떤 형태로든 그들은 떠날 것이고, 나는 또다시 이런 텅 빈 공간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잃을 것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누군가를 사랑한다. 떠남의 아픔을 알면서도, 머물러 있는 순간의 온기가 그 모든 상실을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빈 가게 앞을 지나며 생각한다. 이별은 삶의 문법이고, 그 속에서도 사랑은 계속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