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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일기

일요일 오전의 샤워

마음일기 35

by 명징

가족이 모두 집에 있는

일요일 오전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소리 없이 울었다


아내로 엄마로 산다는 건

때로

내가 집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듯 여겨져


냉장고나 밥솥처럼

그저 집에 있는

무언가처럼 여겨져

한없이 서러워지는 거다


나도 언젠가는

소중한 연인이었고

나는 지금도

소중한 엄마일 테지만


나는 오늘은

그들이 함부로 하거나

무시해도 되는

그 무언가가 되어


그러나

오늘의 화목함을

깨기는 싫어서

소리 없는 울음을 물에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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