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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챙길 짐이 너무 많아.

머리도 몸도 힘들었던 짐 싸기.

by 명징

엄마, 아빠, 초등학교 4학년 아들, 초등학교 1학년 딸 네 가족의 제주도행 짐은 너무나 많았다. 숙소가 한 곳이었다면 짐은 훨씬 줄어들었을 테지만, 우린 숙소를 옮겨 다녀야 했고, 숙소마다 비치된 물건에 차이가 있었다. 세탁기가 없는 숙소가 있었기에 옷을 좀 더 여유 있게 챙겼고, 밥을 해 먹어야 했기에 각종 양념과 반찬도 챙겼다. 가족수만큼 구명조끼를 챙겨 다니는 지라 물놀이 용품도 꽤 자리를 차지했다. (마당에서 물놀이하겠다고 튜브 수영장도 챙겨갔다.)


나는 갖 생활용품에 더해 애들 책까지 챙겼다. 아이 둘이 금년부터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 달을 쉬고 학원을 가자니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이 됐다. 국 교재를 챙겨가서 주살이 사이사이 조금씩 영어공부를 봐줬다.


짐들은 용도에 따라 캐리어와 대형 타포린백에 나눠 담았다. 짐이 많은 것도 많은 거였지만, 이동할 때마다 이 짐을 옮기고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다 집에 있는 캐리어와 커다란 타포린백을 총동원했다. 1박만 할 첫 숙소에 가져갈 가방에는 당일 갈아입을 옷과 비상약, 세면도구 등을 넣었다. 유일하게 부이 없었던 두 번째 숙소에서는 그 가방에 옷가방이 추가되었다. 세 번째 숙소와 네 번째 숙소에서는 그 가방들에 생활용품과 공부 가방이 추가되었다. 다섯 번째 숙소에서는 나눠 담은 여분의 마스크, 물티슈, 긴팔 옷 등이 담긴 마지막 가방이 추가되는 식이었다. 대부분 직접 요리를 해 먹었기 때문에 아이스박스는 매번 필수였다. 나중에 이 짐들을 실어보니 SUV 차량의 트렁크가 빈틈없이 꽉 찼다.


<제주살이 짐>

만약 다시 제주살이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한 숙소에만 죽 머물고 짐을 줄여가고 싶다. 옷은 최소한으로 챙길 것이다. 기본적인 생활용품이 비치된 숙소를 예약한다면 생활용품도 최소한으로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스탠 그릇과 수건은 사용할 일이 없었다.) 그늘막은 챙기지 않을 생각이다. (여름에는 그늘막보다는 파라솔이 바닷가에서 유용했다.) 체크리스트의 끌차는 이번에 안 가져갔는데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제주도에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얘기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이사 가는 거나 마찬가지 같은데? 그 많은 짐은 어떻게 가져가려고?"

"아, 우리 차 가져갈 거야. 제주도 렌트비가 너무 비싸서 가져가는 게 훨씬 낫겠더라."

"그렇겠네. 그럼 너네 남편이 배 타고 차 가져오고 너네는 비행기 타고?"

"아니, 우리 모두 같이 배 타고 갈 거야."

"애들도? 대단하다~ 안 힘들겠어?"

"나 혼자 애들 챙겨 비행기 타는 게 더 정신없을 거 같아. 가서 또 남편이랑 만나야 하고 시간 안 맞음 서로 불편하고~"

"그럴 수도 있긴 하겠네. 그래도 배 타고 제주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친구의 염려를 뒤로하고 제주도행 배를 예약했다. 제주도로 가는 배는 목포, 부산, 완도, 여수 등에서 탈 수 있는데, 우리는 완도에서 출발하는 배를 예약했다. 완도에서 출발하는 배는 1시간 20분이 걸리는 블루 나래와 2시간 40분이 걸리는 실버 클라우드가 있, 배는 클수록 오래 걸리지만 덜 흔들린다는 장점이 있기에 나는 실버 클라우드를 예약했다. (그렇지만 결국 그 배는 타지 못했고. 우린 삼천포에서 출발하는 오션 비스타를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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