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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도 22일 살기가 갑자기 결정됐다.

어쨌든 숙소 예약.

by 명징

원래 가려던 곳은 제주도가 아니고 말레이시아였다. 몇 년 전부터 금년에는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남편의 10년 근속 휴가가 금년에 예정되어 있었기에 큰 맘먹고 긴 여행을 꿈꾼 것이다. 외국여행이라고는 기억조차 안나는 꼬꼬마적의 괌 여행이 전부인 아이들은 금년을 간절히 기다렸다. 기대감에 부풀어있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 여행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작년 초만 해도 반년이면 괜찮아지리라 희망을 가졌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큰 애는 제대로 등교하지 못한 지 일 년이 넘었다. 그리고 금년 초가 되니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는커녕 휴가 가는 것 자체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에 대한 마음을 접고 지내던 5월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휴가를 가게 되었다.

"휴가 계획서를 내라는데, 애들 방학 때가 낫겠지?"

"헙, 10년 근속 휴가 나온 거야? 며칠?"

"혹시 모르니 연가 며칠은 빼두자. 가능한 휴가들을 이어 쓰고 주말까지 포함하면 22일 정도 될 거 같은데."

"제주도라도 가자!"

확진자수가 주춤하고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던 때였다. 학교알리미로 2학기에는 전면 등교를 원하냐는 설문조사에 '예'라고 응답한 참이었다.


5월 말에 7월 성수기, 그것도 방학기간의 숙소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엌이 없거나 비싼 숙소는 종종 눈에 띄었지만, 내가 찾는 숙소는 보다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행을 결정한 날부터 네이버 제주도 한 달 살기 카페(제주도 한 달 살기 라이프, 느영나영 제주여행, 제사모, 멘 또 제주 한 달), 숙소 예약 어플(여기 어때, 아고다, 야놀자), 에어비엔비 등을 한 달은 들락날락거렸다.


<숙소 체크리스트>

1. 청결할 것

2. 취사 가능할 것

3. 세탁 가능할 것

4. 너무 비싸지 않을 것

5. 바다에 가까울 것

6. 마당이 있으면 좋고

7. 가능한 사람을 접하지 않을 것


이번 여행의 핵심은 '거리두기 여행'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능한 동선을 줄이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외식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가능한 숙소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보니 부엌은 필수였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21박 22일 동안 예약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캠핑도 다니는데 숙소 몇 번 바꾸는 거쯤이야. 그냥 되는대로 잡아보자. 원하는 조건을 맞추고 가격대도 맞추려니 그나마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자투리들을 예약해 일정을 맞췄다.


<숙소 예약 상황>

7.25-7.28 함덕해수욕장 앞 3성급 호텔 (여기 어때)

7.28-8.1 두모 방파제 근처 개인 별장 (에어비앤비)

8.1-8.4 교래휴양림 근처 개인 별채 (블로그)

8.4-8.16 세화 바닷가 마을의 독채 펜션 (네이버 카페)


숙소를 예약하니 여행의 절반은 준비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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