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돈 없지만 책방은 하고 싶어

by 이여름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쓸쓸함이 왜 소중한 것일까? 쓸쓸함과 연관되는 단어를 보면 고독, 외로움, 고뇌, 서글픔, 공허 등과 어울린다. 다들 그리 밝은 단어가 아니다. 최근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고독 아닌가. 영국에는 고독부라는 것이 있어서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쓸쓸함이 과연 값진 것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쓸쓸함이 싫다. 그러나 난 쓸쓸한 삶을 살아왔다. 가장 먼저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전화번호부다. 전화번호부에 당장 맥주 한 잔 할 친구 부르기도 민망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손으로 꼽으라면 꼽을 정도의 친구로 나는 근근이 삶을 버텨오고 있는 것 같다. 원망이 들긴 한다. 열심히 살라고 해서 고등학교를 그렇게 입시에 매달려 살았는데, 결국 입시도 친구도 얻지 못하고 애매한 삶을 살아왔다. 애매함이 쌓여서 내 삶은 쓸쓸했다.

그러나 쓸쓸함을 조금씩 자각하고 나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보이기 시작한다. 내 삶의 욕구는 연결성이었다.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함께 노래하고 싶다.' 쓸쓸함을 자각하고 나니 연결에 대한 욕구가 마구 솟았다. 우선 살갑게 지내지 못했던 친구들과 연결이 우선일 테고, 앞으로 연결을 회복하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나는 그 방식 중 책을 택한 것이다.

물론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학생이 노트에 독서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적은 것을 안 읽은 척 넘어갔다. 당장에 내가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요즘 같은 시대에 유튜브와 SNS로 충분히 연결될 수 있음에도 왜 책방을 차려보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수많은 책방지기들이 손님이 오지 않는 그 긴 공허함과 싸우며 나날들을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김겨울 작가는 책을 읽는다는 것을 경청으로 비유했다. SNS는 빠르다. SNS에 담긴 스스로의 삶은 짧은 콘텐츠가 되어 넘어가버린다. 손가락 하나로 휙,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책은 우선 앉는 것부터 어렵다. 어렵게 앉더라도 첫 문장을 읽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진득하게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끈질기게 찾아내려는 노력이 경청과 닮아있다. 우리 사회에서 말라가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책방을 차리고자 마음을 먹고, 내 삶을 마주해 보니 어떻게 그것을 할 것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당장 내 앞에 통장에는 서재 3개 정도와 책 300권 정도 마련할 수 있는 작은 자본 밖에는 없다. 책방을 하려면 월세에, 관리비에, 책까 구매해야 할 텐데. 내가 가진 것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연재하는 글들은 책방을 차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책방지기들과 소통하며, 그리고 그들의 삶을 읽으며 도전할 거다! 나는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싶다. 가끔은 꿈을 위해 끙끙거리는 타인의 삶이 용기와 위로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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