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장석남, 창비 시선 204)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단편적으로 보는 삶은 날카롭다. 온전한 한 사람이 내 인식에 의해 깨져버렸다는 것. 못난 모습만 본다는 것. 단편적인 삶은 편견이고, 칼날이다. 그 칼날은 다시금 나를 날카롭게 겨눈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빚졌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경위서를 쓰는 것만큼 슬픈 일이 없다. 내 부족함을 타인이 이렇듯 안아주고 있음에 한없는 미안함을 느낀다. 내 잘못인데, 왜 그들이 경위서를 써야 하는지.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밝게 웃으시며 말씀하시지만 그 웃음 앞에 부끄러움이 벌겋게 드러난다.
나도 부족하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가 나를 조각으로 봐주지 않길 바란다. 나의 부족한 면이 있는데, 왜 나는 누군가의 못난 면을 이리도 구박하고 사는 걸까.
그 선생님의 웃음처럼. 누군가가 실수했을 때 오히려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든든하게 그 사람의 부족함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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