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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 Mar 20. 2024

못난 어른으로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김선우, 창비)

여전히 반대말놀이

김선우


행복과 불행이 반대말인가

남자와 여자가 반대말인가

길다와 짧다가 반대말인가

빛과 어둠

양지와 음지가 반대말인가

있음과 없음

쾌락과 고통

절망과 희망

흰색과 검은색이 반대말인가


반대말이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 때문에

마음 밑바닥에 공포를 기르게 된 생물,

진화가 가장 늦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에게 가르쳐주렴 반대말이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들아 어른들에게

다른 놀이를 좀 가르쳐주렴!


미추


 노자를 읽고 있다. 본디 미추가 구분될 수 있을까? 나는 외모에 대해 고민을 숱하게 하며 자라왔다. 뭇 연예인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생길 수 없는 것일까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얼굴이 작아진다더라, 이렇게 하면 잘 생겨진다더라 하는 말을 듣고 외모에 집착했다. 집착할수록 고통이 커졌지만 내려놓을 없었다. 고통은 다시 집착을 불렀다.

 지금은 과거와 화해했다.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깔끔하게만 다니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외모는 그대로지만, 내 외모에 만족하게 되었다. 이렇게 화해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으니, TV는 참 잔인하다.

 현대 사회는 외모에 대한 신화가 쓰이고 있다. SNS를 보면 외모에 대한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내면은 뒷전이다. 늘 자신을 비교하며,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 소셜 딜레마라는 영화를 보면 SNS가 성행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한다. 이렇듯 비교는 자아를 파괴한다.

 '이 정도면 괜찮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기준은 없다. 잘나고 못나고도 없다. 학생은 학생이다. 나는 나고. 어른들의 논리에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워졌으면. 못난 어른으로 오늘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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