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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 Apr 01. 2024

진실의 무게

'별에 다녀오겠습니다'(김륭, 창비 2014)

거짓말

김륭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은 고양이나 강아지보다, 아니 세상의 모든 동물들보다 훨씬 많은 말을 가졌지만 자꾸 쓸데없는 말을 지어낸다


거짓말은 고양이 똥보다 못한 말


거짓말은 강아지 똥보다 못한 말


거짓말


"네."

"진짜?"

"네."

 눈 깜빡 안 하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게 왜 이리도 짜증 나는지.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화를 낸 적이 거의 없지만. 거짓말 앞에서는 감정이 주체되기가 어려웠다. 그 눈빛에서 절절히 배신을 느꼈기 때문일까. 같은 눈동자인데, 상황에 따라 이렇게 미워 보일 수가 없다. 

 그 아이가 거짓을 이야기한 것은, 대꾸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란다. 세상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러니 대충 대답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러고 보면 나도 그렇게 진실한가 싶다. 최근에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완벽한 타인은 자신의 휴대폰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세 개의 국면으로 흘러간다. 첫째는 사회적 자아, 둘째는 개인적 자아, 셋째는 비밀의 자아이다. 영화에서 개인적 자아를 공개할 때, 사람들은 아픔을 수용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비밀의 자아로 넘어가기 시작하자, 서로의 관계는 파탄 난다.

 나 또한 페르소나를 갖고 살아간다. 어느 정도는 거짓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겠지. 참말로 진실한 존재가 있기는 한 것인가. 그러나 나는 왜 그 학생에게 그렇게도 화가 났는가. 거짓을 사용한 이유가 조금 무게감이 적었기 때문일까?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 대꾸하는 것이 귀찮다는 말 때문이었나. 

 거짓말은 좋지 않다.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선에서 진실해야 하는 것인지는 섬세히 구분하면서 살 수 있어야겠다. 우리는 진실이라는 거대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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