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듯 멍하다.
3주 사이에 4킬로가 빠졌다. 몸무게의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인데 계속된 미미한 어지러움으로 음식도 잘 먹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먹는 즐거움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가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그래도 때가 되면 늘 배는 고팠고 뭐라도 먹을라치면 어지러움에 입맛이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없었고 그저 당장의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겨우 몇 술 뜰뿐이었다.
밥상을 차리는 수고도 필요 없었다.
전기밥솥 뚜껑을 열어 숟가락으로 한 숟갈 크게 퍼서 작은 종지에 담아두고 몇 번에 나누어 새 모이 먹듯 오물거리는 게 다였다. 그렇게라도 먹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어지러움을 느낀 지 한 달이나 되었지만 아직 병원을 가지 못했다. 혼자 뭐가 그렇게 바쁜 건지 늘 시간에 쫓겨 다녔고 돌아서면 아이들이 올 시간이었다.
처음보다 컨디션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전혀 개운하지가 않았다. 항상 밝은 내가 한 달이 넘게 목소리에 힘이 없으니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다. 얼굴이 많이 초췌해지고 기운이 없다며 안쓰러워했다.
이제 더는 미루면 안 되었다. 오늘은 기필코 병원을 가야겠다.
뇌 사진이라도 찍어봐야 하는 건지 고민하는 내게 지인이 이비인후과를 추천했다. 생각보다 어지럼증은 귀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엄마가 살아계실 때 몸이 아프면서도 병원을 잘 가지 않는 걸 보고 참 답답했는데 내가 똑같이 닮았다.
가뜩이나 겁이 많은 데다 많이 아팠던 엄마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병원이라면 치가 떨릴 만큼 무섭다. 웬만큼 아프지 않고는 내 발로 병원을 찾을 일이 잘 없는 미련한 나는 혼자 대학병원을 가야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었는데 이비인후과라면 조금 편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자마자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한 달 전의 증상을 상세히 말하고 그 전에도 아침에 이런 어지러움을 느낀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그때는 좀 쉬면 금방 괜찮아졌는데 이번에는 너무 오래간다고 말씀드렸더니 이석증 검사를 권하셨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지러운 내 머리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누웠다 일어났다, 눈동자를 좌로 우로 움직이는 괴로웠던 검사가 드디어 끝이 나고 결과는 당연히 이석증이 맞았다. 간단한 운동요법을 알려주시며 당분간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라고 하셨다. 그래도 못 참을 만큼 어지러울 때는 참지 말고 한 알씩 먹으라던 약을 지어 들고 돌아왔다.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어서인지 병원을 다녀온 후로도 증상은 확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개운하지 않은 약간의 두통에 익숙해져 갔고 잠을 푹 자지 못한 날의 아침에는 간간히 어지럽긴 했지만 그런대로 점차 회복이 되어 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