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바빠요, 별 볼 일 없지만

by 달콤한복이

나의 하루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챙겨 보내고 엄마들과 커피를 한 잔씩 사서 들어온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집을 눈에 보이는 것만 걷어내듯 대충 치우고 출근을 했다.

남편과 둘이서 하는 일이라 딱히 출근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보내고 아무리 빨리 준비해서 서둘러 나가도 10시, 이른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쯤 늘 걸려오는 전화.


| 애들은 잘 갔나? 아침은? 어디야?


별 의미 없이 물어오는 말인 줄은 알지만 남편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왠지 사무실이라고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자꾸만 남편의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아침부터 시간에 채찍질당하면서 등 떠밀려 다녔다.

사무실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일을 했다. 바쁜 시기는 있었지만 큰 회사가 아니라 일이 많진 않았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출근하기 전 아빠에게 먼저 들러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왔다.

사무실에 나간 지 한두 시간만 있으면 곧 점심시간이 되었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다시 나가자면 얼마 못 가서 아이들이 하원할 시간이었기에 아예 3시쯤 퇴근해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다 일이 바쁘고 많은 날엔 퇴근시간이 늦어졌고, 아이들의 하원 시간과 겹치기라도 하면 점심을 굶는 날도 많아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였음에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날이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도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말하고 다니던 사람인데 밥을 먹지 못하니 기운이 없었다. 그나마 아침에 들고 나온 커피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사무실 내 책상 서랍에는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는 갖가지 과자들을 채워놓았다. 점심 약속이 있거나 남편이 시간이 되는 날이면 점심을 챙겨 먹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커피와 함께 당장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들이었다.

아이들의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해서 바로 저녁을 준비한다.

우리 집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6시~6시 반이면 저녁을 먹는다. 그렇게 정한 적은 없지만 밖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을 하는 데다 유독 배고픈 걸 참지 못하는 남편이기에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 바로 식탁을 차리는 게 신혼 때부터 당연한 일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 아이들과 놀다가 씻고 잘 준비를 하는 등 뭐 특별한 것이 없는 하루였다. 대부분의 엄마들 일상이 그러하듯이.


아이들이 겨우 잠든 늦은 밤이면 허무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누가 나에게 하루 종일 뭐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손에 꼽힐 정도인데 대체 왜 그렇게 하루 종일 시간에 쫓겨 종종걸음을 걷는 건지. 운전대를 잡으면 뭐가 그렇게 조급해서 액셀 레이트를 급하게 밟아대는 건지 나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매일 밤마다 생각했다

며칠만 쉬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을 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며칠만 그렇게 있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일단은 잠을 좀 자야 했다. 내일 해야 할 일이 또 있으니까. 내일도 바쁠 예정이니까.

또 어지러우면 안 되니까.


이전 04화04 미련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