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빨랐지만, 효동이는 발음이 완전 아기 발음이었다. 그래서 '뭔 말이지...' 했던 경험이 아주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뚯뚜'는 주스, '뽀도도'는 '뽀로로', '사~ 사~'는 '(인형을 이불에) 싸~ 싸~', '심말(가끔 욕처럼 듣기 기도 했던)'은 신발, '뚜리퍼'는 '슬리퍼', '살랑~'은 '사랑~' 같은 식이다.
진짜 처음에는 알아듣기가 어려운데, 어떤 것들은 진짜 알아듣기가 어려워서 이해하는데 2~3일이 걸린 적도 많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기가 반복적으로 하는 단어가 있는데, '혹시 이건가??' 싶을 때 물어보면 된다.
"아~~~~~ 그렇구나!!! 엄마가 이제 서연이가 뚜뚜 달라고 하면 바로바로 줄게~~~ 엄마가 몰랐어~~"
몇 번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기는 자기 말을 엄마한테 알려주고 싶어 하고 매~~~~~~~우 즐거워하며 말을 입 밖으로 내기 시작하는데, 이게 반복되면 아이의 말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것 같다.
아기들이 일정 시간이 되면 자기 신체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들려주며 놀았다. 그리고 발가락, 손가락, 배꼽, 눈썹 등도 넣어 보았다.
#3. 아기 신체로 놀이하기
"아유~~~ 발 냄새!!!! 떠여니 발 냄새~~~ 떠여니 발꾸락~~ 발꾸락 발꾸락~~~ 이거 엄마꺼~~~"
"발꾸락~ 발꾸락~ 냄새 아냐!"
"아냐~~ 냄새나~~~ 꼬릿 내~~ 발꼬랑 내~~~ 아유 달콤해~~~"
"아유~ 달콤해!!!"
아기는 좀 싫어하며 자기 발에서 냄새가 난다는 걸 좀 싫어하지만, 그래도 웃긴 단어, '발꾸락'을 따라 하며 발가락을 꼼지락댄다.
"엄마, 떠여니 발꾸락 먹어도 돼?? 똑! 똑! 똑! 똑!"
"응! 이거 옥수수야!"
"어!!!! 맞아, 옥수수같이 생겼어~~ 엄마 먹어볼게?"
"응~ 오른쪽만 먹어~"
"왜??"
"응~ 이쪽은 너무 약해서~"
"알았어~~ 양양양양양양양양!"
음..... 논리는 없는데 어쨌든 오른쪽 발꾸락만 물어도 된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아기발꾸락을 꼭꼭 씹어 주었다. 그러면서 발가락으로 옥수수 먹듯 하나씩 뜯어먹는 척을 하는데, 너어~~~~~무 좋아한다. 이렇게 신체를 활용하면, 아기는 자기의 신체에 대해 알아가고, 그 신체에 대한 용어도 알게 된다. 29개월 효동이는 4-5개월 전부터 좌우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떠여나~ 오른발 들어!"
(오른발을 드는 효동이)
"떠여나, 이제 왼 발 들어~"
(왼 발 드는 효동이)
"떠여나, 왼발 내리지 말고 오른발 들어!"
(씩 웃으며 왼발만 들고 있는 효동이)
하다 보면 아기는 하나씩 습득을 한다. 그리고 금세, 자기 스스로 신발을 신고, 옷을 갈아입는다. 아기들이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 다~~~ 알고 있고, 하나를 습득하면 마치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화장실에 들어가신 함미를 기다리며 "똑똑~ 계세요?", 함미 나오시기 전까지 "어~ 이상하네~~ 방금까지 계셨던 것 같은데~~" 이런 표현들을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 활용한다.
#4.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아기의 '써먹어봐야지' 욕구를 자극하기
어제, 갑자기 효동이가 말했다.
"요즘~ 아빠가 뽀뽀를 잘 안 해준다?"
"으응???????????? 뭐라고?"
"응~ 응~ 요즘~ 아빠가 뽀뽀를 잘 안 해줘~"
"아, 그래? 어제도 해줬잖아~~"
그리고 곧이어 아빠의 퇴근,
"아빠!!!!!"
"응~~ 서연아~ 아빠 왔어~~"
"아빠가 뽀뽀를 안 해줬어~ 요즘~"
아빠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생각해 보니, 한몇 개월 전 즈음, 내가 했던 말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렇긴 해~~ 아빠가 요즘 엄마한테 뽀뽀를 잘 안 해주긴 해~~~"
사실 효동이는 장난감이 많지 않다. 대신 집에 있는 모든 집안 용품이 장난감을 대체한다. 자기가 먹던 이유식기들이 요리놀이 소재가 되고, 물약을 덜어 먹는 작은 물약 통 뚜껑들이 맛있는 요리가 되고, 자기가 아기 때 쓰던 손수건들이 인형 이불이 되고, 뭐 이런 식이다.
장난감은 많이 없지만, 엄마 아빠의 육성을 들으며 대화를 하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말을 만들고, 입 밖으로 꺼낸다. 오은영 선생님이 엄마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아기랑 할 말이 없고, 잘 못 알아들어도 호응을 해 주고, 그 말이 뜻하는 게 뭘까 생각해 보고, 그걸로 또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아기는 자연스럽게 입이 트인다.
"아리 아리~~~ 쓰리 쓰리~~~ 아~~라리요~~~"
"닐~리리야, 닐리리~~ 닐리리 맘보오~~~"
좀 웃긴데, 우리 아빠의 육아 방식이다. 아기들에게 트로트나 아주 옛날 노래들을 틀어주며 놀아주시는데, 사실 서연이의 춤이 트였던 것도 아마 하미하삐가 들려준 저 '아리아리~ 쓰리쓰리~' 노래 덕분이었던 것 같다.
너무 웃기지만 우리 딸의 춤사위를소개한다.(#부끄러움은엄마몫)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음악에저렇게나 춤을 추다니! 나참 ㅎㅎ 흥이 많아서 좋다!
아기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액션을 좀 크게 해주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애가 흥이 너어무 넘친다. 엄마아빠의 호응과 칭찬은 세상 그 무엇보다 좋은 #언어자극 이 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