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 남PD Jul 03. 2022

#말빠른아기, 액션을 더한 책 읽기로 #언어자극 하기

feat. 엄마는 밥을 더 먹이고 싶었을 뿐이고!

하트 모양 캐릭터 인형에게 양말을 신기겠다고 양말을 가져왔다. 사실 그 캐릭터 인형은 아기가 들기에 너무 컸고, 낑낑대며 들어야 할 정도로 무거웠는데, 굳이 자기 양말을 가져와서 신기겠다고 낑낑대다 한마디 한다.


"음.. 음.. 사이즈는 맞는데~"


29개월 아기는 '사이즈'라는 단어를 사용해 '양말이 잘 안 맞다'라는 말과 함께 나더러 양말을 신기라는 요청을 하고 있었다.


얘는 왜 이렇게 말을 잘할까..?

지난 브런치(말 빠른 아기, 비결은 아기 눈높이에서 천천히 대화하기) 편에 이어 효동이의 말이 빨라진 이유를 짚어 보고자 한다.


"언니의 이 소소한 행동들이 사실 서연이한테 엄청난 자극이 됐던 것 같아, 언니 정리 좀 해놔 줘"


사실 이 #말빠른아기 에 대한 콘텐츠는 친한 동생의 요청에 의해 시작됐는데, 생각해보니 효동이가 말을 빨리 시작한 데에는 나와 엄마를 비롯해 우리 가족들의 크고 작은 행동이 꽤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말이 빨라서 좋은 점은 아기가 짜증낼 때 원인을 빨리 알 수 있다는 점이다.


#1. 촤아압! 책에 있는 토마토, 똑 떼서 실감 나게 먹어보기


실사에 관심이 많은 조카 덕분에 우리 집에도 실사 그림의 책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응 좋은 효동이와 장난기 많은 엄마 조합은 책 보기에서도 시너지를 냈는데, 보통 이런 식이었다.



"효동아! 효동이 좋아하는 토마토, 엄마도 한입만~~"

"토마토!"

"촤아압!!! 우와, 국물 엄청 많다~~ 엄청 새콤해!!"

"효동이도~ 효동이도~~"


이렇게 책을 보니, 엄마는 좀 힘들어도 아가는 너무 좋아했다. 제일 먼저 인지했던 것들이 과일, 채소 이런 것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고추, 당근 이런 것들을 가장 먼저 인지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액션 넣기가 쉬웠기 때문!


"이거 먹을래? 이거 고추야!"

"응~"

"샤악! 샤악! 악!!! 매워 매워!!! 고추는 매워~~"

"고추, 매워?"

"응 매워!! 엄청 매워!! 하~~~ 매워~~~"

"엄마 먹어!"

"서연이 먹어~"

"고추 매워?"

"응 매워~ 서연이도 먹어봐!"

"아니, 서연이는 매워서 안 먹어!"



엄빠들이 잘 모르는 단어들을 나열할 때, 엄마아빠는 무시하지 말고 아이의 '소통하고 싶은 욕구'에 반응해 주어야 한다.


#2. 뚯뚜! 뚯뚜! 외계어 알아차리기, 만약, 알아차렸다면 엄청난 오버 액션으로 밝게 반응하기!


"뚯뚜~ 엄마 뚯뚜~"


말이 빨랐지만, 효동이는 발음이 완전 아기 발음이었다. 그래서 '뭔 말이지...' 했던 경험이 아주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뚯뚜'는 주스, '뽀도도'는 '뽀로로', '사~ 사~'는 '(인형을 이불에) 싸~ 싸~', '심말(가끔 욕처럼 듣기 기도 했던)'은 신발, '뚜리퍼'는 '슬리퍼', '살랑~'은 '사랑~' 같은 식이다.


진짜 처음에는 알아듣기가 어려운데, 어떤 것들은 진짜 알아듣기가 어려워서 이해하는데 2~3일이 걸린 적도 많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기가 반복적으로 하는 단어가 있는데, '혹시 이건가??' 싶을 때 물어보면 된다.


"떠연아, 혹시 뚯뚜가 주스야?"

"응!!!"

"우와!!!! 주스구나~~~ 뚯뚜가 주스구나, 맞아??"

"응~~~!!!!"


아기의 표정은 너어~~무 밝았다.  


"드디어 알았다~ 뚯뚜~~~ 엄마는 몰랐어~ 엄마가 늦게 알아서 미안해~~ 뚯뚜 먹을래?"


아기는 엄마가 자기 말을 알아들었을 때 매우 좋아하는데, 표정이 급속도로 밝아지는 게 보인다. 그때! 엄마는 '드디어 알아차렸다'는 투로,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피드백을 주면 아이의 말은 곧 봇물 터지듯 터진다.


"우와~~~~~~~~~ '주스'였구나, 서연이가 말한 게!!! '뚜'가 주스구나~~~!!! 엄마 몰랐어~~~~ 주스 맞아?"

"응~~~~~~~~~~~~~!!! 뚜뚜 맞아~~~~"

"아~~~~~ 그렇구나!!! 엄마가 이제 서연이가 뚜뚜 달라고 하면 바로바로 줄게~~~ 엄마가 몰랐어~~"


몇 번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기는 자기 말을 엄마한테 알려주고 싶어 하고 매~~~~~~~우 즐거워하며 말을 입 밖으로 내기 시작하는데, 이게 반복되면 아이의 말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것 같다.



아기들이 일정 시간이 되면 자기 신체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들려주며 놀았다. 그리고 발가락, 손가락, 배꼽, 눈썹 등도 넣어 보았다.


#3. 아기 신체로 놀이하기


"아유~~~ 발 냄새!!!! 떠여니 발 냄새~~~ 떠여니 발꾸락~~ 발꾸락 발꾸락~~~ 이거 엄마꺼~~~"

"발꾸락~ 발꾸락~ 냄새 아냐!"

"아냐~~ 냄새나~~~ 꼬릿 내~~ 발꼬랑 내~~~ 아유 달콤해~~~"

"아유~ 달콤해!!!"



아기는 좀 싫어하며 자기 발에서 냄새가 난다는 걸 좀 싫어하지만, 그래도 웃긴 단어, '발꾸락'을 따라 하며 발가락을 꼼지락댄다.


"엄마, 떠여니 발꾸락 먹어도 돼?? 똑! 똑! 똑! 똑!"

"응! 이거 옥수수야!"

"어!!!! 맞아, 옥수수같이 생겼어~~ 엄마 먹어볼게?"

"응~ 오른쪽만 먹어~"

"왜??"

"응~ 이쪽은 너무 약해서~"

"알았어~~ 양양양양양양양양!"


음..... 논리는 없는데 어쨌든 오른쪽 발꾸락만 물어도 된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아기발꾸락을 꼭꼭 씹어 주었다. 그러면서 발가락으로 옥수수 먹듯 하나씩 뜯어먹는 척을 하는데, 너어~~~~~무 좋아한다. 이렇게 신체를 활용하면, 아기는 자기의 신체에 대해 알아가고, 그 신체에 대한 용어도 알게 된다. 29개월 효동이는 4-5개월 전부터 좌우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떠여나~ 오른발 들어!"

(오른발을 드는 효동이)


"떠여나, 이제 왼 발 들어~"

(왼 발 드는 효동이)


"떠여나, 왼발 내리지 말고 오른발 들어!"

(씩 웃으며 왼발만 들고 있는 효동이)


하다 보면 아기는 하나씩 습득을 한다. 그리고 금세, 자기 스스로 신발을 신고, 옷을 갈아입는다. 아기들이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 다~~~ 알고 있고, 하나를 습득하면 마치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화장실에 들어가신 함미를 기다리며 "똑똑~ 계세요?", 함미 나오시기 전까지 "어~ 이상하네~~ 방금까지 계셨던 것 같은데~~" 이런 표현들을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 활용한다.


#4.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아기의 '써먹어봐야지' 욕구를 자극하기


어제, 갑자기 효동이가 말했다.


"요즘~ 아빠가 뽀뽀를 잘 안 해준다?"

"으응???????????? 뭐라고?"

"응~ 응~ 요즘~ 아빠가 뽀뽀를 잘 안 해줘~"

"아, 그래? 어제도 해줬잖아~~"


그리고 곧이어 아빠의 퇴근,


"아빠!!!!!"

"응~~ 서연아~ 아빠 왔어~~"

"아빠가 뽀뽀를 안 해줬어~ 요즘~"


아빠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생각해 보니, 한몇 개월 전 즈음, 내가 했던 말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렇긴 해~~ 아빠가 요즘 엄마한테 뽀뽀를 잘 안 해주긴 해~~~"


사실 효동이는 장난감이 많지 않다. 대신 집에 있는 모든 집안 용품이 장난감을 대체한다. 자기가 먹던 이유식기들이 요리놀이 소재가 되고, 물약을 덜어 먹는 작은 물약 통 뚜껑들이 맛있는 요리가 되고, 자기가 아기 때 쓰던 손수건들이 인형 이불이 되고, 뭐 이런 식이다.


장난감은 많이 없지만, 엄마 아빠의 육성을 들으며 대화를 하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말을 만들고, 입 밖으로 꺼낸다. 오은영 선생님이 엄마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아기랑 할 말이 없고, 잘 못 알아들어도 호응을 해 주고, 그 말이 뜻하는 게 뭘까 생각해 보고, 그걸로 또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아기는 자연스럽게 입이 트인다.


"아리 아리~~~ 쓰리 쓰리~~~ 아~~라리요~~~"

"닐~리리야, 닐리리~~ 닐리리 맘보오~~~"


좀 웃긴데, 우리 아빠의 육아 방식이다. 아기들에게 트로트나 아주 옛날 노래들을 틀어주며 놀아주시는데, 사실 서연이의 춤이 트였던 것도 아마 하미하삐가 들려준 저 '아리아리~ 쓰리쓰리~' 노래 덕분이었던 것 같다.


너무 웃기지만 우리 딸의 춤사위를 소개한다.(#부끄러움은엄마몫)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음악에저렇게나 춤을 추다니! 나참 ㅎㅎ  흥이 많아서 좋다!


아기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액션을 좀 크게 해주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애가 흥이 너어무 넘친다. 엄마아빠의 호응과 칭찬은 세상 그 무엇보다 좋은 #언어자극 이 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빠른아기, 비결은 아기 눈높이에서 천천히 대화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