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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다 Dec 30. 2016

부모라는 우주

오늘은 달다

등학생 나는 잘 시 낭송을 했는데..

여간 잔망스럽잖 연기로 상을 받곤 했다.

 

그러다.. 구청에서 주최하는

제법 큰 무대에 서게 되었다.


운동장만큼 큰 홀에 사람이 가득하고..

키보다 훌쩍 높은 무대를 보니

자꾸 오줌이 마려웠다.


한명 한명 순서가 가까워 올때마다

외워둔 시를 중얼대며 눈을 감았다.


심장이 쿵하게 내 이름이 불리고..

무대에 올랐다.


나는 급히 청중을

객석에 앉은 엄마를 찾아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까맣게 흐려지고

울 엄마만 보였다.


연습한대로 한줄한줄 짚어가다가..

다음 시구가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숨이 멎은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어떻게 하지..


모든 것이 정지한 지구에서

마를 본다.


엄마의 미소가..

빠르게 식는다.


아..

망했다..


까매진다..

머릿속도..

청중들도..

무대도..

나도..


어린 나에게 부모는 우주였다.


세상이 무너지는 위험이 와도

내 부모가 괜찮다하면 괜찮은 줄 알았다.


그래서 온 몸이 떨리는 무대 라도

엄마 보면 견딜만 했다.


근데 엄마의 표정이 흔들리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고 보면..

모는 얼마나 전능한 존재인가..


부모라는 튼튼한 우주 안에서

한 아이의 안정감이 건재할 수 있다.


흔들림 없이 자란 아이는

자신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튼튼한 우주가 되어..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성장하고.. 아이를 낳고..


나만을  위해 필요하다 믿었던

건강한 자존감.. 지혜.. 신념들이

세대를 거쳐 되물림 할 유산이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묵직한 책임감을 느낀다.



엉킨 생각들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튼튼한 우주가 될게..

꼭.."

 






-에세이,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中에서... 





달다(@iamdalda)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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