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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다 Jan 22. 2016

깃털처럼 가벼운 고백

지극히 사적인 고백

눈길 두기 어색하여 흘려 보아도

아버지는 더 없이 야위었다.


손톱 깎기가 있느냐 했다.

퉁명스레 서랍을 뒤져 아버지께 건넸다.


그러고는 식탁에 앉아 계란밥을 마저 비볐다.

그릇 바닥까지 숟가락을 밀어 넣었다가 밥을 뒤집고..뒤집고..

누런 노른자가 툭 터져 밥알과 함께 뒹굴었다.


아버지는 부엌 뒤 문간에 신문지 두장을 내려놓고

발톱을 깎았다.


금속의 아래 윗니가 다물리는 소리에

발톱 조각이 떨어진다.

툭.툭..     


“딸, 아직도 내가 미우냐.”     


쏘아붙이려 고개를 돌렸다가

쭈그려 앉은 뒷모습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툭.툭..

       

열여덟 못된 계집애는

아무 말을 못했다.     


그해에 나는 아버지를 잃었다.     


가끔, 기억은 심장 끝까지 밀려들어가

사정없이 뒤집고.. 뒤집고를 반복한다.     


후회가 노른자처럼 터져나오는 날.

나는 천번이고 만번이고 읊조렸다.     


당신을 미워한적 추호도 없노라고..     


서른이 넘은 못난 딸은 이제서야

품고 있던 뒤엉킨 기억들을 풀어놓는다.     


앞으로 당신께 올리는 인사는

조금 더 담담하기를..

깃털처럼 가볍고도 정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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