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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교사 Jan 24. 2022

우리는 감정노동자입니다


보육교사로 17년. 인생의 절반 정도는 보육교사로 살았다. 그만큼 보육교사는 내 삶에 일부분이 되었다. 퇴근을 하고 '잠시 침대에 누웠다 일어나야니' 했는데 다음날이 되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보육교사는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 많다. 체력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온 나를 위해 격려와 위로로 글을 시작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에는 다양한 감정이 숨어있다. 매끄러운 놀이 흐름은 나를 신나게 한다.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은 나를 미소 짓게 하고, 엉뚱한 이야기는 실소를 터트리게 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 간의 다툼은 나를 쓴웃음 짓게 하고, 다친 아이들로 하여금 울상이 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 아이들로 인해 나의 감정은 널뛰기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모의 세세한 요구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글생글 거려야 하고, 갑작스러운 원장님 호출에도 쪼르르 달라가 배시시 웃어야 한다. 어떤 순간과 상황에도 나는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하는 ‘감정 노동자’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교사실로 들어선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상황으로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모여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감정을 표출한다. 하루 일과 중 가장 힘들었던 상황, 부모들 요구, 원장님의 과한 업무, 기타 등등… 수다는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출구이다. 이제 퇴근시간이다. 맘껏 스트레스를 풀고 난 뒤, 흥분했던 감정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하루를 회상하며 피식 웃는다.


‘오늘 아영이 표정 정말 웃겼어.’

‘다은이랑 서연이는 그렇게 다투면서 같이 노는 게 신기하단 말이야.’

‘동은이네 어머님은 늘 감사하다고만 하네. 마음이 따뜻한 분이야.'

‘원장님이 제출한 서류 만족하셨는지 보는 내내 웃으시더라."


보육교사. 힘들지만 보람 있는 직업이다. 체력적인 소모가 많지만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간혹 뉴스에서 듣기 불편한 이야기로 세상은 시끄럽다. 소수의 잘못된 판단이 일반화되지 않길 바란다. 부적절한 시선은 서로의 신뢰를 무너트린다. 내 앞에 있는 교사와 부모에게 집중하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소망한다. 지금부터 보육교사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 글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보육교사의 삶이 이해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그들을 격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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