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달교사 Jan 25. 2022

신발 찾기 대소동



“선생님! 저희 아이 신발이 바뀐 거 같아요.”

“어머! 죄송해요. 어머님. 아이 신발이 어떤 거였죠?”

“지금 이 신발이랑 같은 건데 주말에 새로 산 거라 아침까지 깨끗했어요. 그런데 이건 흙이 많이 묻어있네요."

“아~ 그렇군요. 아이들과 바깥놀이 다녀왔는데.... 혹시 그때 바뀌었는지 확인해 볼게요."​


어린이집에서 영아반을 맡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바깥놀이를 다녀오는 길도 마찬가지이다. 신나게 뛰어놀고 교실 들어오기까지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한다. 그중 신발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얘들아, 이거 누구 신발이니?”

"하영아 신발 정리했니?”

“윤수야 신발이 집을 못 찾아 울고 있네. 윤수가 도와줄 수 있니?”


바깥놀이를 다녀온 후 우리는 현관에 머물렀다. 이유는 정리되지 않는 신발들 때문이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신발을 보니 나는 울상이 된다. "얘들아~ 신발을 벗었으면 제자리에 정리해야지”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와 재잘거리거나 바닥에 눕는다. 각자의 재미에 빠져 있다. 나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 다시 보기를 한다. 아이들의 얼굴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신발만 집중해서 본다. 간혹 상반신 샷만 찍힌 아이도 있다. 그럴 때면 머리를 쥐어박고 싶다. ‘아니 어쩌자고 발을 안 찍었니...’ 사진 찬스로도 해결하지 않으면 이제는 신발에 집중한다. 신발에도 힌트가 있다.


‘시언이는 며칠 전 넘어져서 오른쪽 앞 코가 벗겨졌지.'

‘건아는 주말마다 산책 가서 밑창에 흙이 묻어있어’


신발이 알려주는 수수께끼 답을 찾으며 정리한다. 그럼에도 주인 잃은 신발이 남아있다. 최후의 방법이다. 모든 물건에는 각자의 체취가 남는 법! '킁킁' 신발이 품고 있는 아이만의 냄새를 찾는다. 어떤 아이는 베이비파우더 향 혹은 플로럴 향이 난다. 간혹 무향도 있고 살짝 쉰내 나는 향도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섬유 유연제 향이다. 아이들의 체취 덕분에 마지막까지 신발 찾기 성공한다.


두 눈은 질끈 감기고 한숨이 나오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다. 나오는 한숨을 들이마시며 두 눈을 치켜뜬다. 정리하는 동안 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을 둘러본다. 신발장 위에 있던 장식품을 죄다 꺼내 눈치를 보는 아이부터 친구와 깔깔거리며 웃고 떠드는 아이, 바깥놀이가 힘들었는지 늘어져 있는 아이까지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다. "얘들아 이제 교실로 들어가자”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며 신발장을 둘러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일은 바깥놀이 전에 신발장 샷 찍는 거 잊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감정노동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