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달교사 May 20. 2022

내가 노래를 꼭 듣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스승의 날 이야기


스승의 날, 올해는 평소와 달랐다. 예년에는 아무 날도 아닌 것처럼 조용하게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5월이 시작되는 날부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눴다.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그럼 5월 15일은 무슨 날일까?" 아이들 모두 어리둥절하다. "몰라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나같이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야. 그러니까 선생님 날인 거지.", "거짓말, 그런 날이 어디 있어요.", "아니야. 진짜 있어. 선생님 날. 어린이날은 너희들이 가장 신나는 것을 하는 것처럼 선생님 날에는 선생님이 가장 신나는 걸 하는 날이야."

출처 Pixabay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보내고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애들아, 곧 스승의 날인데, 너희들을 도와주는 선생님들에게 줄 선물 만들어 볼까?", "내가 그림 그려 줄게요.", "나는 글자를 쓸 수 있으니까 편지를 쓸 거야." 아이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선물을 만들었다. "이건 우리가 아플 때마다 도와주는 보건 선생님 선물이에요.", "이건 맛있는 음식 만들어 주는 조리사 선생님 줄 거예요", "만날 때마다 비타민 선물 주는 원장 선생님 선물도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곳곳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선생님이 누구인지를 알고 선물을 만들었다.


스승의 날 당일이 되었다. 아이들은 각자 만든 선물을 챙겨 들고 "선생님 이거 언제 전해주러 갈 수 있어요?", "지금 가면 안 돼요?" 하며 아우성이다. "애들아, 너희들이 만든 선물을 전해주면서 노래 선물도 같이 하면 어떨까?", "좋아요. 어떤 노래인데요?",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 알지? 그 노래 가삿말을 바꿔 불러 보는 거야. 아빠 대신 '선생님, 힘내세요'하고 말이야", "나 할 수 있어요. 선생님, 노래 부르면서 춤추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아빠가 춤춰주면 더 좋아하거요.", "좋은 생각이야"

출처 unsplash


그날 아이들은 조리사 선생님을 시작으로 보건 선생님, 원장 선생님 그리고 만나는 선생님들 마다 '선생님 힘내세요"하며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 줌으로 만나는 특별활동 선생님까지.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작 담임인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애들아, 나도 너희 선생님이란다."


나는 교사니까. 아이들을 챙기고 돌보는 건 교사인 내 몫이니까 아이들 또한 누군가를 스스로 챙기는 건 힘든 일이니까. 그렇게 이해하려 하지만 가끔은 나도 속상하고 서운하다.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적고 '고난의 달'이라 읽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