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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교사 Jul 04. 2022

어린이집 '자율등원기간'을 아시나요?


"선생님! 어린이집 방학이 언제인가요?"

"자율등원기간 말씀하시는 거죠? 7월 넷째 주입니다" 



6월 말, 더위가 시작되면 부모들은 어린이집 자율등원기간에 관심 갖기 시작한다. 교사가 부모에게 일정을 안내하면 부모는 소리 없이 한숨을 쉰다. 교사 역시 고개를 돌리며 보이지 않게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어린이집 자율등원을 불편해하는 부모가 많다는 건 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인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교사 역시 자율등원 기간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린이집마다 '자율등원기간'을 운영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다수 국공립이나 민간 어린이집은 보육 신청하는 유아 수를 고려하여 교사가 돌아가며 휴가를 소진한다. 말 그대로 소진이다. 교사가 계획 하에 사용하는 휴가를 아니라 어린이집 운영방침에 따라 교사는 그 기간에 무조건 휴가를 써야 한다. 어린이집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등원하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육하려면 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교사를 대신할 대체인력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자유롭게 휴가 가는 건 불가능하다.


자율등원기간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다. 교사가 쉬어야 하는 게 첫째 목적이지만 부모에게 그것만 내세울 순 없다.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유아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어린이집 개보수 및 환경정비'다. 통합보육이 끝나고 아이들이 등원했을 때 어린이집이 '짠'하고 바뀌어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사는 통합보육이 이뤄지는 동안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개보수한다. 지저분한 벽지를 교체하고 페인트 칠을 한다. 고장 난 시설 정비와 교실 환경, 교재교구 정리까지 한다. 간혹 업체에 맡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교사가 직접 한다. 돌아가면서 근무하는 동안 말이다. 보육과 함께.


정비기간은 그야말로 중노동 시간이다. 잠깐의 쉼도 허락하지 않는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일주일 안에 마무리할 수 있다. 휴가를 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린이집에 남아 일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휴가 소진을 위해 어린이집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심신이 모두 힘든 시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부모들 때문이다. 적극적인 협조로 가정 보육하는 아이도 있지만 보통 2/3는 등원한다. 코로나로 인해 가정보육이 늘어난 상황에서 부모는 여름휴가를 일주일씩 사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어린이집을 보내는 부모를 탓하지 않는다. 자율등원은 가정보육이 어려운 부모들을 위해 있는 제도이기에 필요한 경우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마음이 상한다. 


"집에 있으면 밥 먹는 게 시원찮아서 보내려고요."
"5일 독박 육아! 온종일 놀아줄 자신이 없어요."
"우리 아이 예민한데 통합보육 때 담임교사가 없어서 불안해요."


'자율등원기간' 누구나 마음이 무거워지는 단어이다. 누구 하나 편치 않지만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를 상황에서 부모는 교사를 이해하고, 교사는 부모의 배려에 감사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어린이집을 위한 사회정책 또한 어른의 편의를 위한 제도가 아닌 아이들을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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