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온기 Aug 24. 2021

비닐 없는 장바구니

episode 1


태풍으로 어제부터 비가 계속 오는데

오늘은 더 많이 더 세차게 내리고 있어요

번개도 치고 천둥도 치고



오늘 아이들 개학이라 일복이 이복이 등교하고 , 삼복이는 자차로 등원시키고

집에서 좀 거리가 있지만 단품으로 살 수 있는 작은 야채가게로 갔습니다.

번 다녀보았지만 가족이 운영하 야채들이 싱싱하고 해산물도 싱싱해서

좀 믿음이 가는 농산물 가게예요



비 오는 아침이라서 더 야채들이 싱싱해 보이는 건 수분 탓이겠죠?

아마 물을 머금어서 더 색깔이 진해졌을 수도 있죠


비 오는 날엔 상가들이 대체적으로 조금 늦은 오픈을 하는데

야채가게는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문을 여는 365일 늘 변함없는 가게 중에 하니일 거라 생각해요

그날 온 야채들을 그날 팔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없어지고 버려질 수밖에 없으니 부지런히 다듬어

손님들 앞에 내어 놓아야 하죠




이곳은 야채를 표시하는 이름표도 박스를 잘라서 쓱쓱 써놓아서 너무 좋아요

보통 작은 마트들이 이런 식으로 하기는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예뻐 보이려고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도 하죠

근데 글자도 그렇고 참 정감가지 않나요?



그리고 몇 번을 가도 야채들을 참 가지런히 이쁘게 비닐이 최대한 없이 진열하는 게 좋아요

진짜 가지를 보고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반질반질


사장님 말씀으로는 새초롬하다고 표현하시는 참 알맞은 단어 표현에  비 오는 아침 한껏 웃어보았네요


진짜 실제로 보면 몽글몽글한 끝부분이

이걸로 어찌 요리할까 싶을 정도로 너무 이뻤고요



애호박은 비닐에 싸여 있어 안타깝지만

생산시 상처 나지 않고 모양이 이쁘게 하려고 어릴 때 비닐을 씌워두고 인큐베이터 식으로 키우는 거라

제가 직접 키워 먹거나 아님 그냥 키우시는 농가에 가서 사지 않는 이상

대부분 이렇게 비닐 포장된 애호박을 살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길쭉한 애호박 말고 동그란 풋호박을 사 먹으면 좋긴 하죠

그래서 최근엔 동그란 풋호박을 사서 많이 먹었어요




단호박은 좀 작은 사이즈를 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큰 사이즈에 살까 말까 고민을 좀 했어요

전 음식을 할 때 재료를 남기는 것보다

한 번에 해 먹고 남기지 않고 깔끔한 게 좋다 보니

사이즈 큰 거를 선호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작은 게 없어서 요걸로 한 개만 사서 두세 번에 나눠 먹기로 했어요

호박도 담겨 있는 게

왠지 이곳은 유럽의 어느 시골 마켓 같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그리고 고구마를 원래 사기로 했는데

정작 고구마 사진을 못 찍었어요 ㅠㅠ



고구마는 아쉽게도

5개씩 작은 봉지에 담아져 있었어요

이젠 사장님들께 부탁하는 게 어렵지 않고 부끄럽지 않다 보니


사장님께

"사장님 비닐은 다시 한번 더 쓰시고 저는 비닐에서 꺼내서 여기 장바구니에 넣어서 갈게요"

라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꺼내서 넣어주셨어요


사장님과 아드님들이 모두 친절하셔서

전에도 그렇고 비닐 제거 부탁드리면 잘해주셨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




그렇게 이른 아침 장바구니



고구마와 가지 그리고 단호박 세 가지로 구매했어요

고구마는 제가 먹고 싶어서 나름의 채식 브런치로 결정했고요

가지는 오늘 저녁 반찬과 남편 도시락 반찬으로 결정했고요

단호박은 쪄서 친정엄마가 주신 꿀을 살짝 뿌려서 먹을 예정입니다





장보기 전에 우유를 먹지 않는 저는

비 오는 날이라

두유 라테 따뜻하게 텀블러에 담아 플라스틱 없고

비닐 하나 없이 야채들을 장보고



무거운 장바구니와 다르게

마음은 무지무지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형마트를 다니지 않는 저는

지역이나 장날 조금씩 장을 보는 편이라 그때그때 조금씩 구매합니다.

한꺼번에 장을 보면 늘 항상 버리게 되는 재료들이 생기게 돼서

제가 저를 잘 압니다

그래서 버려지는 재료가 없도록

조절하는 것이지요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작지만 뿌듯한 느낌들을

전해드릴게요


에세이라고 하기엔 모자란 그러나 제로 웨이스트를 전하고픈 제로웨이스트작가 stay







매거진의 이전글 고기 먹는 비건지향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