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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Aug 08. 2021

고기 먹는 비건지향인

완벽함은실패하기 좋은이유

식당에서 뜨거운 숯불 위 후끈 달아오른 불판에 첫 고기를 올릴 때의  ASMR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웰던 미디엄 레어"를 정해두지 않고 올려진 고기에서 자신에게 맞는 한 점을 찾아 먹을 수 있는 우리의 숯불고기 문화는 외국인들에게도 생소하며 한번 맛을 본 외국인은 엄지를 추켜올리며 찬사를 보낸다


주방에서 조리가 되어 나오는 외국의 레스토랑은 자신의 기호에 맞게 정해진대로 나오기에 음식이 나온 후의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올라가 있는 고기 한점 역시 나의 취향껏 먹을 수 있다.


비건에 대한 지식이 어마어마하지는 않지만 내가 고기 먹는 비건 주의자라는 사실 하나는 정확하다. 그렇다고 거창한 환경운동가이며 일상생활은 뒷전인 채 쓰레기를 줍거나, 1인 시위를 하러 다닐 정도의 강단이 있지도 못하다. 난 그냥 40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한 가정의 아내이며 딸 셋을 둔 딸부자 엄마이다.


비건은 비건인데 왜? 고기 먹는 비건이 되었을까?

남들이 알아주는 고기 러버는 아니지만, 도저히 발을 빼지는 못하는 얄팍한 고기사랑이 있는 걸까?

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고기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내 평생 고기를 안 먹고 살 정도로 다부진 결심을 하지 못한다. 아주 애매한 성향

예/아니고

좋다/싫다

부먹/찍먹

짜장면/짬뽕

등 어느 하나를 꼭 결정해야 하는 걸 쉽사리 하지 못하는 건 맞지만

고기 먹는 비건은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 취향은 아니다.


내가 고기 먹는 비건이 되려는 이유

삶에서 극단적인걸 원할 때보다 유하게 넘어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아주 개인적인 나의 생각이라는 걸 말해야겠다. 환경에 관한 관심으로 조금씩 실천하는 나의 행동들도 극단적이지는 않다. 아주 천천히 단계별로 그리고 적응기간은 반드시 필요하며, 적응기간이 끝난다 해도 충분히 가족들의 의사를 물어보고 다시 바꿀 수도 있다는 전제가 늘 깔리며 , 생활용품 중에서도 칫솔, 치약, 비누, 등은 개인차가 많이 때문에 여러 가지를 써보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당장 "환경을 위해서 이 비누를 써야 돼?"라고 한다면

단번에 알았다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렇듯 무엇이든 강요? 강제? 극단적? 은 해가 된다.

그래서 나는 선택적 비건, 고기 먹는 비건을 선택했다. 조금씩 줄여하고 싶은데 내게 보이는 비건인들의 모습은 탈육식, 완전 채소, 등 일절 육고기에 대한 걸 끊어버리거나, 의지로 참아내는 모습이었다. 물론! 완전 비건인의 삶은 이상적인 탄소배출 및 메탄가스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29년 혹은 30년 40년... 등 계속 육식을 해온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온 세상 고기가 없어진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다르게 빗대어 얘기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육식동물들에게 "이제부터 고기는 없다. 채소만 먹어라"며 말이 먹는 당근만 집어던져주는 꼴이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우리 집은 1인 가구가 아니라 5인 가구 각자의 취향이 있고 개인적인 입맛이 있는데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내가 탈육식을 한다면 나머지 4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나와 가족들에게 가장 잘 맞는 그리고 점차 우리 모두 적응해가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적 비건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고기를 먹되 우선순위는 정해져 있다.

소고기는 제외된다.

풀이 주식인 소는 위가 4개이며 천천히 되새김질하는 가축이다. 그렇게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을 반추동물이라고 하는데 소를 비롯해 낙타, 사슴, 기린 등도 반추동물에 속한다. 반추동물들이 되새김질을 하면서 발생되는 메탄가스는 트림과 방귀로 나오는데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승용차 한 대보다 많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소를 키우기 위해 살림을 파괴하고 그곳에 소의 주식이 되는 옥수수 등을 심어 환경파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 세계 20억 가축이 내뿜는 ‘메탄’… 육식 못 줄이면 ‘온난화’ 가속 - 경향신문 (khan.co.kr)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소 개체수는 14억 마리 이상이다. 소가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배출되는 양만 줄이면 대기 중 메탄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요소가 되지 않는다. -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고기가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가장 메탄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소고기만이라도 섭취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소고기를 나의 식탁에서 배제시키기로 했다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96&aid=0000339730


소고기 없어도 불편하지 않는 식탁

소고기를 배제시키기 시작한 우리 집 식탁에는 작은 변화들이 오기 시작했다. 정육점에 가서 시뻘건 고기를 사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아이들도 습관처럼 고기 먹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먹을까?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먹을 거라는 대답을 한다. 그럴 땐

"대신 소고기 말고 우리 돼지고기나 닭을 먹을까?"라고 해도 아이들은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들인다.


평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많이 나누고 환경에 대한 책들도 스스로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아이들이기에 엄마가 왜 소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는지 이유를 알고 있다.

남편은 본래부터 소고기를 잘 먹지 않는 사람이다. 환경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소고기의 기름이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돼지고기나 닭오리 등을 먹으려고 하는 편이었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남편은 무언의 동의를 한 것이라 좀 편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동안 소고기가 들어갔던 미역국에는 들깨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넣었고, 한 번씩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거나 하지만 반찬이나 국 등에서는 대부분의 고기를 제외시키고 있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고추장찌개에 늘 들어가던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빼고 야채를 듬뿍 넣은 채 끓여내도 아이들은 고기 없이 맛있다고 잘 먹어주었다. 도시락을 싸줘야 하는 남편의 반찬에는 가끔 고기가 들어간다.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늘 채소반찬만 싸서 보낼 수가 없어 대신 고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야채와 함께 만들어지는 잡채 같은 종류로 싸서 보낸다.


음식을 만드는 재료에서까지 모든 고기를 배제시킬 수는 없었다. 내가 정말 만들어 쓰지 않는 이상 그 모든 것을 배제시키기란 일반 가정집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고기 먹는 비건>이라도

실천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엄청난 계획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난 그저 소고기는 피하고, 되도록 고기를 넣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것뿐이다.


하루 한끼 채식 혹은 비건 고기




비건의 추세가 달라지고 있다

비건 생활은 내 삶을 양보한 만큼 지킬 수 있는 무거운 신념이기에 누군가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다가서야 한다지만 , 그렇게 입구를 좁게 만든다면
"비건 선언"을 외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적당히 불편하게>


이 말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던 생각이 난다. 너무 좁은 입구는 시도하기 전에 포기부터 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무겁게 느껴진 비건인의 삶에 대해 너무 높은 장벽이 느껴져 환경을 위한 행동을 여러 가지 하고 있음에도 비건에 대한 건 차마 내 입으로 내 글로 선언하기가 어려웠었다.

그러다 "채식한 끼" 그리고 "선택적 비건" "하루한끼채식"에 대한 글들을 보게 되었고 이렇게 시작한다면 나 역시 비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불완전함 비건 지향인 100명이 더 가치 있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



비건 주의자 혹은 채식주의자

상대적으로 익숙한 이름의 비건은 고기나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으며, 생선이나 계란, 우유, 버터 같은 동물의 희생으로 발생되는 식품까지 포함해 섭취하지 않는 것을 말해요.

프루 테리언은 비건보다 한 차원 높은 채식을 지향하는데, 이들은 식물도 살아있는 생명이라 여겨 과일이나 견과류 종류만 먹죠.

폴로 베지테리언은 유제품, 계란, 어패류, 날개 달린 고기까지 먹는 단계로 상황과 때에 맞춰 자신이 선택하여 먹습니다.

플렉시테리언은 평소 채식을 하다 가끔 고기를 먹기도 해요. 비교적 선택지의 폭이 넓어 자유롭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출처] 비건 음식 얼마나 다양할까?|작성자 VeBe

 

글에서 처럼 채식주의자라고 일컬어지지만 비건 지향을 하는 사람들을 반대로 채식주의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채식주의자 역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뒤집어 이야기한다면  비건 주의도 이처럼  계란과, 우유는 먹지만 도살을 해야 하는 고기를 먹는 않는다거나, 계란과, 우유 등 네발 달린 동물성은 전혀 먹지 않고 날개 달린 고기는 먹는 등 다양성이 실현되고 있다.


내가 비건 지향인지 채식 지향인지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지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또 나와 가족들의 성향과 식습관을 고려해서 우리 가족 만의 비건스 타일을 만들었다. 우유를 아몬드 음료로 바꾸었고, 소고기 대신 그 자리를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채웠고, 지금은 고기 우유 계란 등이 들어가지 않은 콩단백을 아이들에게 맛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제법 느리지만 지금까지 우리 가족이 소비하지 않은 소고기만큼의 지구의 메탄가스를 줄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불완전하고 언제 흔들릴지 또 어떻게 달라질지 혹은  다른 무엇인가가 추가될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자. 완벽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불완전하며 흔들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의 비건식을 유지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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