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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l 26. 2021

용기 내는 이야기

나부터 시작하는 플라스틱 줄이기

"이거 왜요?

"여기다가요?"

"어....."(표정으로 이야기함)

"다 들어가려나?"

"코로나로 텀블러 사용하실 수가 없어요"

"가실 때 뚜껑에 붙을 까 봐요"

"봉투에라도 담아드릴까요?"

"눌려도 상관없으시면 넣어드릴게요"

"아니 아니 이거 여기다 넣으면 흙 떨어져 안돼 비닐에 담아"




지금껏 용기에 담아오면서 숱하게 들은 말들이다. 반찬통을 들고 와서 담아 달라고 하거나 네트백을 가져와서 야채를 담아가려는 사람이 하루에 방문하는 고객들 중 한 명 있을까 말까 하거나

아님 아예 내가 용기를 가져간 경우가 처음이거나 그래서 매장에서는 내가 통을 꺼내어 주면 다들 거의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수박은 에코백에 빵은 잘라서 용기에 담아오기



처음엔 나 역시 당차게 담을 통을 내놓지 못하고 장바구니에서 손으로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꺼내야 할 순간을 찾아야 했다.  그래도 용기 내어 꺼낸 통을 본 식당이나 매장 사람들의 표정은  어쩜 그렇게 일괄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다.



세탁세제를 용기에 담아오고 치킨은 용기부족으로 후라이드만 용기에 담아오기



그도 그럴 것이 우린 너무 플라스틱에 익숙해져 있고 한번 쓰고 버리는 일상이 습관이 되어있고

배달 문화가 많으며 , 코로나로 위생에 대한 생각이 높아져서 다시 사용한다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내가 꾸준히 용기내기를 한 지 7개월째 sns에서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용기내기 챌린지 그리고 대기업에서 역시 용기를 낼 수 있게 많은 독려를 하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뭔지 모르게 동질감도 느껴지고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 어디를 가든 나도 모르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았다

바로 옆이 아닌 아주 먼 곳에서 용기 내는 사람들에게 힘을 얻는 게 뭐 대수일까 싶지만

생각보다 많은 영향력을 나에게 미치고 있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서로 일면식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통을 내밀며 담아달라고 하는지 알게 되니 유대감이 생긴다.


이젠 부끄럽지 않고, 아니 사실 쭈뼛쭈뼛 거리지만 내가 하는 이 행동이 반드시 어떤 변화를 줄 거라는 믿음은 확실히 가지게 되었다. 몇 번 용기내기를 했던 가게들은


"저희도 이렇게 비닐 안 쓰고 가지고 가실 수 있게 해 드면 좋을 텐데요 "

"환경운동하시나 봐요 너무 멋지신데요?"

"잘라서 넣어드려도 되죠?"

"몇 개 더 챙겨드렸어요 좋은 일 하시니깐요"

"일회용품은 안 넣어드렸어요~"

"이렇게 가져가면 저희도 감사드려요"

"저희가 고마운 일이죠"


재래시장 장날 과일은 네트백에 꽈배기와도너츠는 스텐용기에 담아오기

이런 인사말을 해주시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곳들이 몇 군데 안되고 모든 가게를 다 방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 번이라도 용기 냈던 곳이라면 나를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아주 미미하지만 출발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한창 여름이고 더운 지금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에어컨 실외기 위 가로수 아래 공원 벤치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음료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용기들  점점 더 많이 눈에 보이고 많이 널브러져 있다.

마음 같아서는 그 모든 걸 가져와 씻어 분리배출하고 싶지만 나 여기 그럴 역량이 안되다 보니 보이는 몇몇 개는 가져와 버리지만 다 수거해 올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테이크 아웃 플라스틱 컵을 텀블러 사용으로  용기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때에 따라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텀블러 선택 역시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기에

조금씩의 변화만 간절히 바라본다.


여름이라 플라스틱 음료병과 각종 생수탄산수는 길거리 어디에서도 흔하게 볼 수있다.



매년 13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재활용이 되기보다는 매립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회용 빨대의 경우엔 재활용이 거의 안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비닐봉지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이것들이 썩는데 500년이라는 말들이 많지만

사실 썩어서 없어지기보다 아주 작게 쪼개어지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남아 강이나 바다 등으로 흘러가

물고기나 해양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가며 그 물고기들은 우리의 식탁에 다시 올라오게 된다




결국, 돌고 돌아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플라스틱은 나와 가족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사실

부정할 수 없고,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했. 나라도 내 가족이라도 덜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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