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온기 Jun 15. 2021

30년 만에 해방된 생리증후군

자연주의 제로 웨이스트


나의 첫 생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던 생리는 음지에 있을 때였다 그래도 엄마는 축하한다 해주었고 난 그렇게 첫 월경이란 것을 했다 지금처럼 부모들이 오픈하고 교육해주는 것도 없어서 초등학생이 (그 당시 국민학생)이 생리를 하며 관리하기란 어려웠던 시절, 생리혈이 새서 바지에 다 묻고 그걸 본 남자 친구들은 똥 묻었다고 놀리기도 했었다  생리대를 사러 슈퍼에 가면  생리대는 꼭 구석에 진열되어 있었고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주고, 생리를 할 때면 생리대를 꽁꽁 숨기고 다니듯 해야 했던 시절 , 난 그 시절 그렇게  생리를 시작했다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30년간 생리를 하고

아이 셋을 임신한 기간 3년을 빼도

난 지금까지 324번의 생리를 했고, 그동안 내가 쓴 생리대만 해도 8100개 정도가 된다

4개월 전까지는 시중에 판매되는 합성섬유가 포함된 공장에서 제조하는 생리대를 사용했고,

단 한 번도 생리 시작 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온갖 생리 증후군으로 학교 다닐 땐 엎드려 있는 일은 일상적이었고 으레 다들 생리기간인 줄 안다. 남자 선생님이든 여자 선생님이든 "그날"이라 일컫는 날엔 건드리지 않는 날이었다 평온하지 않는 생리는 지나가고 나면 시원하고 다가오기 시작하면 두려운 날이다. 그걸 매달 정기적으로 한다고 생각해보면  그 긴 30년이란 시간 어떻게 지낸 걸까 의문이 든다. 모아서 생각하니 324번이지만 그 달 그 달 그렇게 여자는 하는 거니깐 당연한 거니깐 받아들이고 살았던 걸까? 더군다나 난 딸만 셋이다 딸 들고 나처럼 그런 시간들을 살아갈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런 딸들에게 이런 걸 물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오래 쓰긴 하지만 가격대도 만만치 않았고 굳이 계산을 한다면 두세 달의 생리대 값이면 사고 계속 쓸 수 있는 가격이지만 한 번에 사야 된다는 점에서도 망설이게 되었는데 어차피 시작해야 할 거라면 일단 사두자 그리고 기존 생리대를 다 쓰면 써보자 해서 구입부터 먼저 해두었다




두 가지 업체의 생리대를 사용 중이고 한 가지는 방수처리는 되어있고 한 가지는 천연 목화솜으로 방수 처리되지 않은 생리대이다  밤에는 방수 처리된 오버나이트를 사용하고, 외출 시엔 방수 처리된 중형을 사용, 낮에는 천연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세탁도 생리혈을 빼내는 것도 그리고 관리하는 것도 일반 생리대를 사용하다 면생리대를 사용함에 신경 쓰고 손이 가는 일이 많다. 차가운 물에 생리혈을 빼고 과탄산소다에 담가 표백처리를 하고 비누로 손빨래를 하고 꽉 짜서 햇볕에 말려야 한다.


쉽다면 쉬운 일, 그러나 나는 세탁해주는 기계에 의지하고, 빳빳이 말려주는 건조기를 좋아하고, 기계가 해주는 것에 적응되어 있었던지라 주부 경력 10년이 넘어도 손빨래는 익숙하지가 않다. 예전 같으면  편한 걸 추구하고 뭐 이 정도쯤 내 몸에 이상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면생리대 4개월 사용 후 난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살았는지 알아버렸다. 그리고 내 몸이 증명을 해주고 있다







처음 사용할 땐 큰 변화가 없었다. 사용 자체를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을 좀 하긴 했지만

변화가 느껴질 만큼의 좋음은 잘 알지 못했다.


두 번째 사용 시엔 요령이 생기면서 세탁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생리 전 증후군은 조금 있었지만 밑이 빠지는 증상이 사라졌다. 여자라면 한 번쯤 느껴지는 밑이 빠지는 느낌 설거지하며 서 있기도 힘들고, 땅 온몸을 힘껏 잡아당기고 있는 기분, 같은 생리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모르는 사람도 있다. 난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생리하는 날엔 오래 서있는 걸 피했고 온갖 짜증을 다 내게 된다.


세 번째 사용  생리 전 증후군은 확실히 없어지고, 배란통도 없다. 아니 신경 쓰지 않았기에 배란통이 없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내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내 몸이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생리 전 허리 통증도 없다. 생리통 자체가 안 느껴진다. 그런데 그럴 때도 있을 수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번째 사용 이젠 확실하다. 생리통 생리 전 증상, 그리고 밑이 빠지는 증상까지 그리고 생리기간 중 나는 냄새까지 완벽히 없다. 생리만 하면 아랫배가 부풀어 오는 듯한 더부룩함이 싹 사라졌다. 생리하기 전에 오는 느낌들을 몰라서 내가 생리를 한다는 거 자체를 예감하지 못했다


내가 하는 생리를 남편은 안다... 내가 너무 힘들어했고 심지어 싱크대에 못 서있겠다고 울면서 빨리 집에 와줄 수 있냐고 한적도 있었다. 생리통 때문에 그럴 수 있냐고? 충분하다

아이들 셋을 케어해줘야 하는 저녁엔 몇 시간 동안 난 서서 집안일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생리통까지 겹치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들어진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생리 전 증후군, 생리통 없이 4일간의 생리가 끝이 났다.

이렇게 조금 불편함을 피하려고 내 몸을 그렇게 힘들게 했었던 건가 후회도 되었고, 그냥 다들  생리통과 증후군이 사람마다 있는 것이니 나의 증상도 유별난 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변화시킬 수 있었던 거다. 이젠 면생리대가 없으면 안 된다. 다시 기성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지구를 위해 남아있는 기성품을 다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몸을 위해 조금 남아있는 생리대는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딸 셋 역시 면생리대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줄 거다. 이렇게 몇 번의 면생리대 사용으로 한 달의 한번, 1년이면 12번, 한번 생리를 하면 4일,   이 기간을 힘들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놀라울 따름이다  이젠 생리가 다가오는 게 두렵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고 힘들지 않다.



곧 시작할 나이가 된  큰딸에게도 몸을 해치는 생리대가 아니라

본연의 자신을 유지해줄 수 있는 면생리대로 지켜줄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라이프로 다운웨이스트가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