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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Sep 06. 2021

쓰레기를 줍는 게 부끄러울까?  버리는 게 부끄러울까?




쓰레기를 줍는 나를 보고




부끄럽지 않으세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전 아직 못하겠어요




간혹 이렇게 물어본다. 사실 쓰레기를 줍기 전에도 난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다 환경을 위한 건 아니었고 그냥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았고 아이가 셋이나 보고 있는데 부모가 되어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면 안 되지 않을까?

쓰레기통이 없는 곳이면 가방의 사이드 주머니에 꼬깃꼬깃 넣어서 집에 와서 버렸고, 가방에 남는 비닐이 있으면 비닐에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장거리를 가는 길에도 차에서 나온 쓰레기를 모아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버렸지  아무 데나 휙 하고 던져 버리는 일은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도덕적 감수성은 높은 편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도 기저귀 하나 엄한 곳에 버린 적은 없다.

그렇다고 평생 쓰레기 한번 안 버리고 살았던 도인의 삶은 아니고  학교 다닐 때보다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나서 양심적으로 버리지 않았다


그런 행동들이 특별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누구나 다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개인차? 이런 건 해당되지 않는 것이고

초중고 12년의 학교생활 중 우리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라는 교육을 무수히 받았을 텐데 어떻게 그걸 개인차 혹은 개인주의 등에 끼워 넣을 생각을 하겠는가?






처음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였다 제로 웨이스트를 하루에 한 번씩 실천을 하면서 좋은 공유를 하는 단체를 신청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의 실천들을 알게 되었고 그중에 가장 강하게 다가온 것은  쓰레기 줍기였다. 나 역시 어느 길을 다니던 눈길 찌푸려지게 하는 얌체족들이 버린 쓰레기에 격분하긴 하지만 실제로 그걸 가져다 버리는 것까지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왜 내가 저걸 버려야 돼 쓰레기 버린 인간들을 버리지 못하게 잡아야지



라는 생각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쓰레기를 줍고 있었고 그건 나, 혹은 너, 라는 각각의 개념보다 내가 사는 이 땅을 좀 더 깨끗하게 만든다는 공통의 목적만이 있었다.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버리는 놈 따로 줍는 사람 따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 생각도 했다. 슬프지만 세상 모든 일엔 이렇게 양단의 원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참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사기 치는 놈 있으면 사기당하는 사람 있고 , 사고 낸 놈이 있으면 사고당한 사람이 있다 쓰레기 역시 버리는 놈은 그냥 그렇게 계속 버린다.

그리고 줍는 사람은  또 그렇게 줍는다   난 그렇게 줍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내가 버린 게 아닌데 내가 왜 주워




그렇지 충분히 그런 생각 할 수 있다는 걸 나도 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어도 버리는 행위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버리지만 않는다면 당연히 줍는 사람의 필요성도 없어지는 것인데 세상 사람의 반은 버린다고 생각하면 줍는 사람은 고작 버리는 사람의 1% 정도 될까? 그리고 어느 중간 정도에 있는 줍지는 않지만 버리지는 않는 사람 , 혹은 내가 버렸지만 내가 줍는 사람 정도의 비율이 될 것 같다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고 따지다 보면 결국 난 줍지 않으려 핑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은 간단하게 그리고 행동은 빠르게 시작했다

그런 내가 부끄럽지 않았을까? 사실 부끄러웠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쓰레기를 줍는다' 라면 흔히 길에서 자주 마주치는 폐지 줍는 분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내게 이런 인식이 심어진 것 자체가 참 부끄럽지만 그랬던 삶이었기에 생긴 고정관념이었다

근데 알고 보니 그분들과 나는 일맥상통하는 게 있었다 시작의 의미는 다르지만 어찌 되었든 길에 나와 있는 박스를 주워 길이 깨끗해지는 것이고 나는 쓰레기를 주워서 깨끗해지는 것이니깐 뭐 나름의 생각의 전환점이었다.











쓰레기를 줍고 있으면 지나가는 차들 , 그리고 사람들이 쳐다본다  시선의 의미는 내가 해석하기로는 여러 가지인데

대체적으로


저 여자는 뭐하는 사람이길래 쓰레기를 줍고 있지?








라는 시선이 많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나도 이 부끄러운 감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좀 어렵다.

할 일 없어서 쓰레기 줍기? 환경을 위한 쓰레기 줍기? 그게 어떤 시선이든 그냥  나를 쳐다보지 않고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앞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을 때는 다른 부모들이 아이를 태우고 가는 차의 속도가 내 앞에서 무척이나 느려지는 걸 느낀다. 대체적으로 쓰레기는 더러운 것이니 만지지 말라고 교육하는 부모들일 것인데 난 아이와 함께 수풀 속의 쓰레기를 줍고 있으니

그 사람들의 시선엔 좀 유별나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나의 부끄러움과 다르게 6살 막내는 쓰레기 줍는 게 하나의 놀이같이 너무 신나서 하고 있다. 그리고 나처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엄마 오늘은 쓰레기 안 줍고 가요?"라고 물어본다








왜 아이는 쓰레기 줍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막내딸은 어린이집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의 인성은

그대로 흡수하고  있고 쓰레기를 줍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고 선생님께 부탁하는 게 오히려 부끄러운 아이였다.

그 순수함은 이젠 어른이 된 내게 없는 것이며 다시 가질 수 조차 없다.


오히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고 쓰레기를 줍는 아이에게 고마워해야 되는데

난 아이만도 못한 생각에 어른의 쓸데없는 자존심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앞세워 버린 것이다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내 옆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내가 쓰레기 줍는 모습에 어떤 생각을 하던 어떤 시선을 주던

쓰레기를 줍는 건 절대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다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음료수를 마시고 아파트 담벼락, 신호등 제어기 위, 도심 속 벤치,
아름드리나무 아래 귀퉁이, 공중 화장실 세면대 위, 버스정류장 의자 아래 , 공원 벤치 끄트머리에  
자신의  양심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다










나에게  쓰레기를 주우러 다닌 것에 대해  위와 같이 "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라고 말해주시는 분들께

이렇게 대답해 드리고 싶다






저도 처음엔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나의 세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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