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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Aug 30. 2021

우유팩에 진심입니다

episode 3

 



pixtbay




집집마다 우유 없는 집을 찾는 것보다 있는 집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우유 일 것입니다.

가정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 음식점, 놀이공원 마트 키즈카페  어디에나 있는 것이 우유죠

어른이 된 제겐 우유의 추억이 많이 있어요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저희 엄마는 우유배달을  하셨어요. 그 덕에 성장 시기에 우유의 섭취가 모자라지 않았고 집에서도 먹었던 우유를 학교에서 또 마셨


지금처럼 팩 우유도 있지만 삼각형 비닐에 담겨 있는 우유도 많은 비중을 차지했어요 가끔은  우유 배달하러 가는 엄마를 따라  새벽 공기 맞으며 집집마다 200미리, 500미리 우유를 배달하곤 했어요.





실제로 엄마가 배달했었던 비락우유 그래서 응팔에 나올 때 참 익숙했던 우유




그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카페가 없었고 음료수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서  우유 대신 마실 수 있는 것들이 많 않았죠

국민학교 시절 1교시가 끝나면 당번들은 우유를 가져와  칠판 앞에다 두면 우유를 신청했던 아이들이 하나씩 가져가고  교실엔 고소한 우유냄새가 가득 찼었죠.  우유를 마시고 씻거나 펼쳐서 버리는 것 따위는 없고 그냥 꾹 접어서 다시 우유 박스에 넣거나 아님 입구만 닫아서 넣어놓는 게 다였고  선생님도 따로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지는 않았어요


늘 학교 운동장의 쓰레기는 줍고 식목일이면 나무를 심어야 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등 환경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가르침만 받았던 80~90년대 저의 학교 생활 기억나는 환경에 대한 교육은 딱히 없었어요


만약 그때부터 체계적인 교육과 분리배출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면 오늘날 이렇게  쓰레기로 걱정하는 일이 좀 덜 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아 있어요. 그 당시 어른들의 빠른 선택이 있었다면 아니 그전부터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힘들게 이야기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일은 좀 덜했을 텐데요


전 우유팩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합니다.

운전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장 보러 가다가도 커피를 마시러 가다가도 눈에 보이는 단한개의 우유팩도 주워 옵니다 정말 우유팩에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저희 집 휴지는 100% 우유팩으로 만든 재생휴지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비상용  핸드타월 역시 100% 재생휴지입니다.






얼마 전까지 휴지를 구매하면서 자세히 보지 못했던 상세정보를 유독 그날따라 자세히 보고 싶었던 마음은 무엇일까요?


제가 사용하는 부림제지의 코주부 재생휴지의 우유팩이 어떻게 모아지는지를 알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을까요? 사실 좀 충격이었어요

재생이니깐 당연히 100% 우리나라에서 수거가 된 우유팩으로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왜 했을까요?


눈으로 보던 중 재생휴지의 우유갑이 문제였습니다. 국내에서 전부 수거해서 만들 줄 알았는데

80% 정도의 우유갑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우유갑이 화장지로 변신하는



가정이나 카페 식당 빵집 등 그 수없이 나오는 우유팩들은 다 어디로 간걸 가요? 제가 본  분리수거장의 우유팩들은 회수되지 않고 그냥 폐기되거나 소각되어버린 걸까요?




어디를 가도 보이기만 하면 주워오는 각종 팩들




저 역시 우유팩을 따로 수거하여 재생휴지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참 무지했습니다. 아마 다들 비슷할 거라고 생각이 돼요

그래서 우유를 많이 마시던 얼마 전까지도 세척은 해서 버렸지만 집에서 나오는 택배박스와 종이류와 함께 분리수거장 박스 버리는 곳에다 버렸습니다. 제가 버렸던 우유팩으로만 해도 재생휴지 몇 개는 만들 수 있었던  양이었을 거예요 저부터 일단 우유를 매일 마시고 있었고 아이들 셋 역시 우유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저의 7팩을 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깐요


지금은 선택 비건으로 아몬드 브리즈로 마시고 있지만 이것 역시 테트라팩으로 자원 활용 가능합니다.





전 우유팩으로 몇 개의 재생휴지를 만들며, 내가 분리수거한 우유팩이 몇 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그런 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복잡한 것 말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플라스틱이나. 캔류 혹은 복합소재들의 경우엔 분리수거를 완전 100% 철저히 하지 않는 이상 선별과정에서 탈락하고 그것들은 모두 소각이나 매립으로 가지만 우유팩은 세척 후 잘라서 분리수거만 한다면 1000% 이상 자원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그거 하나만 생각해도 우린 충분히 분리수거를 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분리수거를 하는 것에 앞서 우유팩을  분리수거하는 과정과 그걸 수거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죠

아몬드 브리즈는 멸균팩이라고 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빛이 투과하지 못하도록 안쪽에 은박 재질이 덧대어져 있어요

이것 또한 자원 재활용이 가능하며 얼마 전 5월에



 테트라팩 자원 활용을 위한 매일유업, 테트라팩코리아, 주신통상, SK종합화학 등 4개社  






아주 행복한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시설은 있었지만 미비해서 실상 테트라팩은 수거해도 자원 활용을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활용률이 높지 않았죠


이런 소식을 종종 듣게 되면 실행되는 날까지 시간은 좀 걸리지만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아몬드 브리지를 마시면서 우유팩과 달리 수거처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일부 타 시. 도에서는 주민센터에서 수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제가 사는 곳 주민센터에서는 테트라팩 수거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먹고 나면 세척 후 계속 보관만 하고 있었죠

계속 쌓여가는 테트라팩을  언제쯤 가까운 곳에 가져다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몇 달 전 한살림에서 우유팩과 동시에 테트라팩도 수거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모았던 팩을 가져다주었죠

한살림 회원이 아니라도 가져다줄 수 있다고 해서 그동안 모은 걸 가져다주었는데 제가 우유팩과 테트라팩 수거처를 가기까지  차로 25분이 넘는 거리의 한살림 매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것 또한 탄소배출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근처 주민센터에서나 아니면 아파트 내 분리수거장에 우유팩 테트라팩 수거함을 필수로 설치한다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기에 충분히 탄소배출하지 않고 갖다 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일부 지자체는 분리수거 배출장에 우유팩을 별도로 수거하는 지침을 사용하지만 아직 소규모 아파트나 주택단지에서는 폐지와 함께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것들만 제대로 수거된다면 재생휴지를 만들기 위해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되것 같습니다.

수거율이 3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나머지 70%는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 많아요




지난주에 제가 유일하게 부리는 사치 스타벅스 매장에서 두 유로 만든 라테를 마시는 일입니다.

자주 가다 보니 매장에서 나오는 우유팩과 테트라팩이 어떻게 분리배출되는지 궁금해서

매장 분들께 여쭤보니 우유팩은 씻어서 접어 따로 분리배출되고 있지만 테트라팩은 안쪽 재질로 인해 일반쓰레기로 배출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전 손사래를 치며 일반쓰레기 아닙니다 그것도 재활용 가능한 것이라며 이야기했지만 매장에서 일하는 분들께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싶었어요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저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것마저 분리해서 배출해야 된다는 말은 그냥 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서죠


두유팩은 배출량이 하루에 많지 않다는 말에 용기 내어



" 씻어서 모아주시면 제가 수거해 가서 분리배출할 수 있게 해주 실수 있나요?"


물어보았지만 체인이며 본사의 지침도 중요하고 또 따로 보관해야 되는 장소를 만들어야 하기에

내부 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겠다는 말만 하고 뒤돌아 나왔죠


남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강요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스스로 깨달아야 하고 스스로 공부해야 실천할 수 있는 게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큰 권유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자원들을 볼 때면 일개 개인일 뿐인 나의 자리가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나 혼자는 할 수 없는 것들이구나


그렇다고 포기라는 건 없지만  매일매일 버려지는 우유팩에 대한 생각에 너무 안타깝습니다.

재생휴지는 일반 휴지만큼 아니 그것보다 제품의 질이 더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먼지 날림이 없어 다 쓰고 난 뒤에 휴지걸이에 작은 먼지들이 남지 않으며.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졌으며

흡수율도 좋습니다. 형광증백제도 기타 다른 나쁜 물질들도 없고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천연펄프에 대한 호희만 베풀고 있어요. 탄소를 저장해주는 나무가 잘려나가 만들어진 휴지는 천연펄프라는 타이틀로 각각의 집으로 들어오지만 그만큼 살면서 나오는 탄소의 저장 공간이 없어지는걸 사람들이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걸 꼭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몰라서 그런 거니깐요 누구나 꼭 그렇게 관심 있게 모든 걸 다 읽고 알 수는 없기에 나처럼 개인이 아닌 나라와 기업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종로구 종이팩 수거함



우유팩 수거함 설치와 모든 주민센터에서 테트라팩을 수거하는 사업이 하루라도 빨리 시행되고 개인이 애쓰며 구하는 우유팩의 양은 아주 미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해야 돼요 이미 모든 걸 알아 버렸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가 또 할 수 있는 건 이렇게라도 글을 써서 단 몇 분이라도 분리배출하게 되길 바랄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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