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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Nov 29. 2021

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책 리뷰

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김남금
도서출판 푸른 향기

혼자 여행 안 해봐서 두려운데 정말 혼자 떠나도 될까? -책 표지-






어떤 여행이 되었든 간에 여행 가이드보다 먼저 읽어 봐야 하는 여행지리실록 같은 책이다 서점에 수많은 여행에 관한 책 보다 (적어도 내가 읽어보았던 여행책자) 보다 꼭 먼저 읽어봐야 한다. 바로 집 앞에 있는 공원을 간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가는 것과 아닌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 같다. 틈만 나면 집 밖으로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30여 개국을 다닌 저자는 내가 알고 있는 여행의 순서와 다른 방법을 나열해 주고 있다. 나름 혼자 여행을 제법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국내여행이었지만 오묘하게 비슷하면서도 혼자 혹은 타인과 함께 하는 여행 중 여행지에서 느끼고 올 수 있는 것들의 다양성을 이 책에서는 말해주려고 한다





 ≪날이 저물면 나른함이 몸을 뒤덮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쓸쓸함과 지루함이 마음을 잡아당겨 무념무상의 상태가 된다. 미래를 생각하며 막연한 불안 속에서 걷는 대신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다 눈앞에 마주한 사소한 일을 헤쳐 나가며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혼자 여행의 매력이다≫







여행하면 누구나 가는 곳이라며 핫플레이스를 찾아가고 사실 많이 좋지 않지만 멋지게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며 또 어디가 유명한 곳이지 라며 발길을 돌리는 게 요즘 여행 트렌드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저자와 비슷한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었다 비록 지금은 혼자가 아닌 가족이라는 단체가 생겼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 혼자 여행의 잔상이 남아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추억 속에서 신나게 언택트 여행을 하곤 했다.  끝도 없던 호주의 도로를 귀신에 홀린 듯 돌고 돌았던 기억 책 속 저자의 말처럼 난 눈앞에 마주한 길만 생각했고 길은 언젠가 나올 것이라며 차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책을 읽으며 잊었던 여행의 한 조각을 찾은 것이다 이 책은 여행 전 여행지리실록 이 되는 동시에 여행 후 나의여행유산답사기 같은 책이 될 수도 있다


혼자 여행이 쉽지 않은 걸 알기에 책에서는 세상에 갓 태어나 두려운 신생아에게 어르고 달래듯 혼자 여행의 맞춤 시스템이 제공되고 있다. 혼자 여행을 할 수 있는 합격과 불합격 따위는 없는 몇 가지 질문의 테스트와  그에 따른 처방전까지 친절하게 이야기해준다 그것이 혼자 여행을 준비하는 시발점이 된다 이제 테스트를 시작하면서부터 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 소개할 기회가 있을 때,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기억하는가? 직업, 나이, 사는 곳 등 구체적인 언어로 말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이 자기소개가 될 수는 없을까? 가족 내에서 자식, 부모 형제, 자매 등의 이름으로 직장 내 관계망 사적으로는 친구들과의 관계망에서 맡은 역할을 제거한'온전한 나'는 어떤 사람인가?≫




혼자 여행은 이렇게 '온전한 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타인과 함께하는 여행보다 몇 배는 두렵고 헤매겠지만 그런 시간들 사이에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아 갈 수 있기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늘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해야 하고 가족들과 늘 부딪혀야 하고 그러는 사이 배려해야 하고 양보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심지어 나의 생각을 다 드러낼 수 없을 때도 많을 텐데 혼자 여행이라면 그런 것들 하나 없이 나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우연히 소중한 것을 발견할 때 갖는 즐거움이라는 뜻을 지닌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말이 있다 한동안 유행했던 말이다. 어른 세계에서는 단어도 유행의 물결에 떠밀려 어느 날 갑자기 일상어에 들어왔다가 사라지곤 한다. 세렌디피티는 유행이 지난 말로 버리기 아까운 말이다. 이름과 숫자에 대한 집착을 털어내고 세렌디피티를 찾아 나서면 어떨까? 커피든, 산책이든, 죽어가는 재능을 부활시키고 발휘하는 여행을 ≫




본격적인 혼자 여행의 준비는 저자가 충분히 해주고 있었다 여행의 심리적 부분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것들도 다 체크해주는 책 속 작가는 활자 가이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항공권 , 숙소 심지어 취향에 따른 여행의 기간과 소매치기를 현실적으로 대하는 법까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마치 새우깡에 맥주를 마시며 자신의 연애담을 이야기해주는 듯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럴 땐 무릎을 가슴에 붙이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너무 궁금하니깐 더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레이저가 나와야 정상이지 싶다 그래서 난 책을 읽으며 다시금 혼자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다.




책 속엔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심지어 저자가 갔다 온 여행의 일부 이야기에 내가 꼭 다녀온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혼자 여행도 지인과 가족과 여행도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여행도 있다. 그 여행을 하기 위한 모든 순서와 여행 준비 단계마다 트레이닝도 해준다 그 사이사이 저자의 깨알 같은 팁은 무료 서비스였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의 흔적을 정리하는 것까지 완벽하다 할 정도로 모든 걸 책 한 권에 담아냈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는 동안 유럽도 아시아도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 골목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다녀온 것 같다. 그래서 꼭 추천하고 싶다. 여행을 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 계획은 있지만 언제 실행할지 기약 없는 사람들, 금방 떠날 수 있는 즉흥적인 사람들, 당장 내일 비행기를 탈 사람들,

알지 못한 골목투어를 할 사람들 그리고 방금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들까지 모두 이 책을 읽어보길 바라본다. 그리고 나서 크고 작은 혹은 가깝고 먼 여행들을 떠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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