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에 대한 언니의 이야기
이 글은 언니가 동생에게 하는 일방적인 대화와 자살 유가족의 애도 과정 및 우울증과 심리적 변화과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시간의 순서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9년 8월 **일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밀한 관계였던, 또는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17살의 여동생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약 1달 후의 일이었다.
그 당시 나는 디자인과 4학년으로 졸업작품전시회 준비로 한참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밤 10시, 친구들과 작업을 하고 집에 가려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큰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이모는 울고 있었고 문자로 보낸 장소로 오라고 말했다. 나는 늦은 시간이라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문자에는 **장례식장이라고 적혀있었다. 2시간이 걸려 학교가 있는 지방에서 본가 근처의 장례식장에 얼떨떨하게 도착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가족들이 다 모여있었다. 단 한 사람, 동생을 제외하고.
살면서 가장 추운 여름이었다. 나는 그 해 여름 추위에 떨며 버텼다.
애도
의미 있는 애정 대상을 상실한 후에 따라오는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정신 과정. 애도는 주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사별)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일컫는다. 애도의 지배적인 기분은 고통스러운 것이고, 이러한 기분은 외부 세계에 대한 흥미의 상실, 상실한 대상에 관한 기억에의 몰두, 새로운 대상에게 투자할 수 있는 정서적인 능력의 감소 등을 수반한다. 정상적인 애도는 병리적인 것이 아니며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인은 상실에 적응하고 관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애도 [MOURNING] (정신분석 용어사전, 2002. 8. 10., 미국 정신분석학회, 이재훈)
동생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의 결말을 낸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고통이 거짓말처럼 수그러들고, 나는 우울증과 폐쇄병동 입원, 정신과 치료와 상담, 수많은 낮과 밤과 생각들을 지나서 ‘조금은 괜찮아졌’고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이 글을 쓴다. 현재 애도 과정이 끝났냐 물으면 절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애도를 어떻게든 종결하고 싶어 했지만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같이 나와 살아가도 괜찮겠다고 받아들였고 공존하는 법을 터득했다.
당신이 나와 비슷한 일을 겪거나, 비슷한 일을 겪지 않더라도 아주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수 있다. 일상적인 작은 일, 예를 들면 화장실에 가러 몸을 일으키거나 형광등 켜기, 엎지른 물 닦기, 손톱깎기조차 엄두가 안나는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시기를.
살면서 몇 번 겪는 그런 시기들은 자신의 의지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운과 시간이 그 시기를 지나가도록 해준다. 그동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 내키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먹고 자고 쉬고 시간이 해결해줄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자신을 방치하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그 시기를 지났으며 동생과는 다르게 죽지 않고 살았고 그때를 다시 돌이켜봐도 그것이 내게 최선이었다.
동생의 생일 4월 29일의 탄생화, 동백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