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을 생각하면 연약한 무언가가 생각난다. 고양이같이 예민한, 좋은 것을 숨길 수 없어서 가까이 다가가지만 쉽게 겁먹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손톱을 세우는 작은 존재, 알록달록 플라스틱 방울 머리끈, 입안이 온통 얼얼해지도록 다디단 젤리나 사탕, 길거리나 문방구에서 파는 용도와 쓰임이 확실치 않은 싸구려 학용품과 팬시용품이 생각난다. 17살은 어린애와 성인의 중간 그 어디쯤에 머무르고 있어 무엇에도 어설프고 키만 겅중 자라 걸음걸이가 어색한 나이였다. 너는 아마 내 기억 속에 그렇게 마침표를 찍고 남아있겠지.
어느 날 갑자기 죽은 게 아니라 죽어가고 있었을까.
죽기 한 달전 만난 너는 내가 알던 너와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논리와 상식 그 무엇도 비껴나가서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엇나간 대화를 했다. 너와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던 적이 없었는데. 모든 전제조건과 논리 상식 태도가 일반적인 것과 달랐다.
무거운 햇살을 지고 집 앞의 담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던 너는 그 곳에 있지 않았다. 어디를 보고 있었니. 어디에 있었던 거니.어디로 가야 너를 찾을 수 있니...
내 동생이 아니라 동생’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동생이었나. 왜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미 죽음이 진행되고 있었다면 내가 개입할 여지는 있었던 건가.
사람은 어떻게, 무엇의 이유로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일까.
너를 생각하면 내 영혼이 옷 한오라기 없이 발가벗겨져 부끄럽다.
또는 반대로 알몸의 단정한 아이 앞에서 깃털을 한껏 부풀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꼬락서니가 된 양 부끄럽다.
내 안에는 언제고 나를 바라보는 네가 있다.
네 유치하고 올곧은 시선 앞에서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 눈길을 피한다.
네가 죽어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무것도 돌아오는 것 없이 마음껏 마음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기뻐하는 내가 속되고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