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자율복이라더니 나 혼자만 니트 입고 왔다고요
1. 97명의 컴싸 속, 유일한 니트
사전 공지에는 분명 자유복장이라고 쓰여있었다.
정장은 되도록 입지 말라고..
나는 그 말 믿고 하얀 셔츠에 단정한 니트를 입었다.
바지는 깔끔한 슬랙스. 근데 막상 면접장에 들어가 보니,
나포함 딱 3명만 다른 옷이었다.
그마저도 나머지 두 명은 남색, 회색정장..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컴퓨터용 사인펜 같은
검은 정장을 입고 왔더라.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때 인사부 담당자가 조용히 말했다.
"이게 바로 면접용 자유복장이에요. 눈치 보지 마세요."
그 말 한마디에, 더 눈치가 보였다.
아, 나도 컴싸 입을걸...
2. 나의 찬란한 아르바이트 하다가 겪은 '썰'
첫 번째 면접은 자기소개 PT였다. 5분 정도.
직접 준비한 자료를 기반으로 나를 소개하는 시간.
나는 공연장, 도서관, 은행 알바까지 경험 위주로 풀어갔다.
재밌게 말했고, 분위기도 괜찮았다.
질문도 꽤 많이 나왔다.
"공연장 아르바이트할 때 진상 손님 없었어요?"
"거기 주차장 문의전화 많이 오죠?"
"지점에서는 무슨 일 했어요?"등등
그땐 그냥 내가 말한 내용이 흥미로웠나 보다
생각하면서 신나게 썰을 풀고 하하 호호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았다.
경제 지식 같은 어려운 건 안 물어봤으니까.
두 번째 면접은 시사상식 경쟁 PT였다.
20개 정도 주제를 주고, 아는 사람이 손들고 말하는 구조. 나는 그중에서 두 개를 골라 손들었다.
무난하게, 과하지 않게, 깔끔하게 발표.
나쁘지 않았다.
3. 잘 나가다가 갑자기.
영어로 한 문장을 말해보라고 했다.
"네..?"
나는 영어에 자신 없었다.
머쓱하지만 뻔뻔하게 말했다.
"영어로 대화는 아직 어렵지만,
필요하다면 입사하기 전까지 열심히 배워가겠습니다."
다행히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는 실력을 검증하기보다, 태도와 대응을 보는 곳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4. 롤플레잉 면접 – 이건 내가 찢었다
진짜 자신 있었던 파트.
설정은 이랬다.
“복직한 직장인 고객에게 국민행복카드(?)를 판매하라.”
나는 반갑게 맞으며 자연스럽게 상황극을 시작했다.
“어머, 오랜만에 오셨네요!
복직하셨죠~ 잘 지내셨어요?”
면접관(손님 역할): "어머, 저 기억하세요?"
나: "그럼요. 자주 오셨잖아요. 궁금했어요."
혜택, 절차, 준비 서류까지 설명을 마무리해갈 때쯤,
가입신청서를 쓰는 척하던 면접관이 갑자기 말했다.
"앗! 근데 저 신분증 안 가져왔어요."
그건 실전에서도 흔한 상황이었다.
지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곁눈질로 본 보람이 있었다.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럼 상품 설명서랑 제 명함 드릴게요.
다음에 신분증 챙겨서, 번호표 뽑지 마시고 바로 오세요.
제가 바로 도와드릴게요.
가입 신청서는 제가 보관하고 있을게요.”
면접관이 크게 웃었다.
"지금 당장 지점에 앉혀도 되겠어요."
5. 말 너무 안 하지도, 너무 많이 하지도 않게
마지막 면접은 토론이었다.
주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내 의견을 분명히 전달했고,
다른 사람 말도 정리해서 요약했다.
경청했고, 연결했고,
그게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냥 이 면접은, 내가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
생각하면서 마인드컨트롤 했다. 제발..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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