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뿌도 살아 있다》-15

[15화] 발표 날, 그날의 기억은 아주 또렷하다

by 달구언니




1. 면접장에서 꺼낸 두 개의 이야기

최종 면접.
나는 이 날을 위해 딱 두 가지 이야기를 준비해 갔다.
은행 계약직 시절 보이스피싱을 막았던 순간,
공연장 알바 시절 화가 난 고객을 웃게 했던 기억.

질문이 뭐든,
이 중 하나는 꺼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 꺼낼 수밖에 없게 만들자고 다짐했다.



2. 30초 자기소개 – 준비했던 걸 반 잘라 던졌다

원래는 1분 자기소개를 준비했지만,
면접관이 갑자기 말했다.

“다들 1분 준비하셨죠? 30초로 해볼까요?”



.
그 순간

당황했지만,
바로 보이스피싱 사례부터 꺼냈다.

자주 오시던 고객이 전화를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예금을 빨리 해지해야 한다고 너무 급하다고

말하시는 걸 봤던 기억.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예시 같아서

수신창구 팀장님께 바로 전달해

보이스피싱을 막는데 이바지했던 그날.


"며칠 뒤, 그 어르신이 손수 끓인 레몬차를 들고 오셨죠.
그날 저는 누군가의 하루를 바꾼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했던 말 중, 제일 담백하고 단단했다.



3. ‘힘들었던 경험이 뭐였냐’는 질문엔

그다음 질문은 예상대로였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요?”



나는 공연장에서 화난 고객을 응대한 일을 꺼냈다.
아이와 함께 입장이 안 된다는 말에 흥분했던 어머니.
충분히 설명하고, 뽀로로 인형을 꺼내
아이 손을 잡고 놀이방으로 데려갔던 기억.

그때 어머니가
“고맙다”라고, 웃으면서 말해줬던

그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4. 면접이 끝난 후, 나 병풍이었을까?

면접장을 나오며 생각했다.
“그래, 나는 내 몫은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걱정이 밀려왔다.
유학파 출신, 경력직 지원자,
외국어 유창한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나는 그들 사이에서 그냥 ‘병풍’이었던 건 아닐까?
결과 발표까지 며칠 동안,
면접 후기, 합격 후기, 불합격 후기
모든 걸 미친 듯이 검색해 댔다.




5. 합격자 발표날, 손이 떨렸다

수업 중이었다.
4학년 2학기, 교직 과목 수업.

그때 문자 한 통이 왔다.

“합격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손이 떨려서 바로 자리에서 나와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폰으로 확인했다.

“000님, 최종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엄청 긴장했었구나, 그제야 실감이 났다.

엄마 아빠에게 바로 전화했다.
둘 다 너무너무 좋아했다.
눈물은 나만 흘렸다.


6. 연수, 너무 빨랐다


기쁨에 젖을 틈도 없었다.

합격 발표 3일 후, 바로 연수원 입소였다.


“정장 착용, 08:30까지 본점 강당 집결”




사람들은 그랬다.

“지금 아니면 해외여행 가라”, “이때가 마지막 자유다”


나는 쫄보였다.

해외여행? 갑자기 어떻게 가.

근데… 그때 갔어야 했다.


그게 진짜 마지막 자유였다는 걸,

그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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