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뿌도 살아 있다》-7

[7화] 다들 그렇게 사는 거니까, 나도 버틴다

by 달구언니



여전히 버티는 중이다. 괜찮아진 건 아직 아니다.



1. 처음엔 안 그랬다.
하나하나 다 부딪히고, 말하고, 바로잡고 싶었다.
그래야 일이 돌아가고, 그래야 모두가 편할 줄 알았다.

그리고 그랬던 나에게
사람들은 말했다.

“섬세하네.”
“고맙다, 잘 챙긴다.”
“진짜 꼼꼼하다.”

나는 그게 좋은 건 줄 알았다.
그래서 더 신경 썼고, 더 챙겼다.

근데 시간이 지나니
그 칭찬이 칼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너 이거 잘하잖아.”
“그때도 잘했으니까 이번에도 해봐.”
“고생 좀 해줘.”

배려나 감탄이 아니라,
‘다음 일을 시키기 위한 복선’이었단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는 선의를 믿고 움직였지만,
그 선의는 결국
나를 괴롭게 하는 방식으로 되돌아왔다.

욕이 나왔다.
진심으로, 육성으로.
이게 맞나? 이게 최선인가? 싶었다.



2.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불편한 걸 못 참고,
업무 처리에 허술한 거 보면 못 견디고,
기록 안 남기고 넘어가는 거 진짜 싫어한다.

그래서 초반엔 진짜 많이 화났다.
“이거 왜 이렇게 하지?”
“왜 이렇게 중요한 걸 아무도 안 챙기지?”
왜 나만 신경 쓰고 있는 느낌이지?



그때 알았다—
아니, 알았어야 했다.

이 조직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사람이 더 일하게 되는 구조라는 걸.



3. 버틴다는 건 체념이 아니라 생존이다

그래서 이제는
문제는 기록하고,
사람은 조심하고,
일은 할 만큼만 해야 한다고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근데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안다.
무능력해 보일까 봐 두려운 마음,
시작도 안 해보고 “못 하겠다” 말하는 걸

싫어했던 내 성격,
그게 나를 계속 몰아세운다는 걸.

그래서 과부하가 걸려도
“이건 내가 하던 거니까”,
“내가 잘 아니까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테니까”
결국은 또 내가 손을 댄다.

이해는 한다.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근데, 나는 아직 못하겠다.
그게 지금의 나다.



4. 멀쩡한 척을 잘하는 사

그 와중에 일은 한다.
메일도 쓰고, 결재도 올리고, 보고서도 쓴다.
간식 나오면 웃고, 회의 땐 끄덕인다.

멀쩡한 척을 하다 보니
진짜 멀쩡한 줄 아는 사람도 있다.

근데 뭐, 그게 나쁘진 않다.
멀쩡한 척은 나를 지켜주는 껍질이다.
가끔 깨지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하루를 무사히 넘긴다.




5. 이건 괜찮아졌다는 글이 아니다

사람들은 종종 “힘든 시기, 나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절은 과거형이다.
끝나고 나면 무용담이 된다.

근데 나는 아직 거기 있다.
진행형이다.

매일 ‘왜 나만 이렇게 아플까’ 생각하고,
그래도 일은 한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진짜 애쓴다.

성장하는 중이긴 하다.
근데 아직 멀었다.
그래도, 버틴다.

껍질이 자주 깨진다.

집에가서 다시 이어붙이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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