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일하는 이유
1. ‘하기 싫은 걸 계속한다’는 건, 생각보다 강한 일이다
“그렇게 힘든데 왜 계속 다녀?”
이 질문, 생각보다 자주 받는다.
근데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대답하게 된다.
“일단은... 돈 벌어야지.”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나한텐 진짜 이유다.
돈을 벌어야 하고,
내 삶을 유지해야 하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2. 퇴사를 하는 사람들. 대단하다.
열심히 준비한건 맞지만 운 좋게 합격한 대기업.
또다시 모든 행운이 모여서 더 좋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 줄까?
도망친 곳에 유토피아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누군가에겐 여기도 좋아 보이는 곳일 테니까.
그래도 유망한 직종 기사가 나오면 저장하고,
유용한 기술들 페이지를 북마크 해두고,
사람들의 다양한 근무 후기는 읽는다.
일이 힘들다고 ‘그만둬야 할 이유’가 되진 않았다.
그만두기 위해선 ‘버틸 수 없는 이유’가 있어야 하니까.
나는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지만,
정말 아직은.
3. 맡은 일을, 차마 놓지 못해서
하던 일에서 손을 놓으면
그 빈자리를 내가 제일 먼저 알게 된다.
엉망이 될 거라는 걸 알기에
차마 내 손을 떼지 못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너밖에 못하는 거 아냐.”
“그건 네 착각이야.”
근데 정작,
일을 진짜로 넘겨봤던 사람은 안다.
그 일이 어떻게 되어버리는지를.
나는 그게 무서웠다.
아니, 내 손에서 떠난 뒤
“처음부터 잘못 만들어졌네”라는 말을 듣는 게
정말 싫다.
그래서 계속 붙들고 있다.
그게 핑계인지, 책임감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4. 근데 이직은… 나는 애초에 생각이 없다
지금도 힘들지만
나는 그만둘 생각은 없다.
이직은 더더욱.
왜냐면
그렇게 진심으로 준비해서 들어온 곳이니까.
처음부터 내 진로라고 생각하고 택한 길이니까.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서비스업 알바를 했다.
진상 손님도 많았고, 감동 주는 손님도 있었다.
사람 만나는 게 좋았다.
협업하는 것도 재밌었다.
그 와중에
한 학기에 400만 원,
4년이면 얼추 2천만 원 넘게 드는 등록금을 생각했다.
‘배운 전공도 살리고,
사람 만나는 일도 하고,
괜찮은 돈도 받고 싶다.’
답은 은행이었다.
지금도 뭐 예적금밖에 모르는 내가
증권가를 갈 수는 없었고,
그때도 생각했다.
이직 말고,
그냥 이 자리를 지키고
여기가 안 맞으면 다른 곳으로 갈
나의 인사이동을 기다리자고.
좋은 사람과도 싫은 사람과도
길어야 2년을 근무하게 되는 은행의 순환배치는
변화가 익숙한 나에게는 아주 좋은 장점이다.
5. “그래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지쳐서 “그만두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
“너는 항상 멋지게 해내잖아.
너만큼 하는 사람 잘 없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 말 하나에 하루를 버텼고,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몇 달이 지나간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
내게 가장 많이 “그만해도 돼”라고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또 한 번 “그래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줄 테니까.
나는 오늘도,
이 자리에 앉아 있다.
다음 편: [9화] 나의 일하는 방식은 결국, 나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