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 너무 잘했어

나에게 칭찬

by 이다래

남편의 급여는 여전히 밀려있는 상태지만 변함없이 열심히 일하는 남편 덕분에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3월부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주 2일 보조교사를 하기로 되어있었다. 이곳 역시 여러모로 감사한 일자리였다. 시급도 편의점보다는 높고, 점심도 제공되며, 나의 출퇴근 장소와 아이의 등원 장소가 같으니 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인이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있으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1주일을 따지고 보면 주 3일 편의점, 주 2일 보조교사로 일하는 일정이 힘들 것 같아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정도 주 2일로 조정했다. 그렇게 나는 3월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어린이집도 임시 휴원에 돌입해 당분간은 보조교사가 필요 없는 상황이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일하지 않는 요일이 늘어난 것에 대해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남편도 계속 급여를 잘 받아오고 있었고, 일도 꾸준히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일한 현장 중, 한 곳의 급여가 한참 뒤에야 지급된다는 소식에 어딘가에 숨어있던 두려움이 와르르 쏟아졌다.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감사하게도 휴원 기간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주 3일, 하루에 두 시간 정도씩 일을 할 수 있었다. 편의점 일까지 생각하면 매일 일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 수입이 예전보다 늘어나긴 했으나, 그 일을 하기 위해 드는 여러 가지 비용을 따지고 보면 대단히 도움이 되는 액수도 아니었다. 그만둔다고 말하고 싶기도 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몸이 힘든 걸 선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여유가 주어진다면 겨우 욱여넣었던 두려움이 더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올 것이 뻔했다.


결국 모든 것이 나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남편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내 고생을, 힘듦을, 어려움을 알아주길 바랐다. 아침에 유독 느긋해지는 아인이를 겨우 등원시키고 시간 맞춰 일터에 도착했을 때, 하루치의 노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주말에도 나 혼자 아인이를 돌봐야 할 때, 피곤하지만 해야만 하는 집안일을 해냈을 때, 배달음식 대신 내 손으로 밥상을 차려냈을 때, 그럴 때마다 누가 칭찬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자기 연민인 줄 알면서도 그랬다. 그리고 어느 저녁, 혼자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을 쏟았다. “책임감 있게 도망 안 가고 최선을 다했어. 너 오늘 너무 잘했어.”라고, 드라마 속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에게 말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휘청대고 있을 때는 나는 참으로 복잡한 인간이구나 싶다가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이렇게 단순한 인간이 또 있을까 싶다. 난 언제쯤 그런 말들 없이도 하루를 잘 살아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언제쯤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는 칭찬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다시 복잡한 인간이 되어버리니 이쯤에서 그만. 책임감 있게 도망 안 가고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것. 일단은 그것부터 하기로 한다.


(본문 중 드라마 속 대사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8부에서 가져왔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