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

어쩌면 하나

by 이다래

남편이 2주간 지방에 공사를 하러 갔다. 예전엔 남편이 오랜 기간 지방에 가게 되면 독박육아를 할 생각에 겁부터 났는데 이젠 아인이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나도 나름 바쁘게 살고 있다 보니 큰 두려움은 없었다. 그래서 남편이 떠나는 날이 다가와도 2주간의 공백에 대해 자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인이에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모자랐나보다. 매일 저녁 묻는다. “아빠 왜 안와?”, “아빠 일하러 멀리 가서 오늘은 못 와.”, “누구랑?”, “아빠랑 같이 일하는 삼촌들이랑.”, “어디?” 이런 식으로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제 하원길에는 질문이 아닌 단호한 마침표가 붙은 말을 한다. “아빠 왔을 거 같아.”


남편은 집을 비우게 될 때마다 아인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아인아 아빠 없는 동안 엄마 지켜줘.”라고. 그럴 때마다 애한테 무슨 소리냐고 말은 하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그날 밤에도, 다음 날에도, 남편이 없는 내내 그 말이 생각나곤 한다. 아인이는 남편의 말에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지만 그 대답마저도 좋다. 실제로 아인이는 내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나를 지켜준다. 요즘 들어 뽀뽀와 포옹이 후한 것도 아빠의 부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인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데, 남편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남편이 아인이에게 “아빠 이제 밥 먹으러 갈게.” 했더니 아인이가 답한다. “밥 잘 챙겨먹어.”라고.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아인이의 말에 남편과 한참을 깔깔 웃는데, 아인이는 엄마아빠를 웃겼다는 게 뿌듯했는지 흐뭇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 셋은 떨어져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한 저녁식사를 했다.


아빠가 없음에도 매일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인이를 보면서, 연애할 때처럼 아침, 저녁으로 나의 안부를 묻는 남편을 보면서, 그리고 표현은 못하지만 남편의 빈자리가 그리운 나를 보면서 우리 셋 사이에는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질긴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 지방에 며칠 다녀온 남편이 저 멀리서 달려오던 모습과 그런 아빠에게 달려가던 아인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지금도 괜찮지만 얼른 셋이서 맛있는 저녁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그리고 아빠가 왔을 것 같다는 아인이의 말에 “응 아빠 다 왔대.”라고 답해줄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