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니 간병일지. 5편

by 이다래

토요일/ 드디어 열이 잡혔다. 덕분에 아인이 컨디션도 조금은 괜찮아졌고, 밥도 이전보다는 잘 먹는다. 당장 퇴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나도 조금씩 병원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아침식사가 나올 때 기상해서 밥을 먹고, 씻고 나면 아인이 밥을 먹여준다.(안 먹으려고 해서 억지로 떠먹이느라 먹여줌) 각자 보고 싶은 영상을 보거나, 한숨 자고 일어나면 점심식사가 나온다. 아인이 점심까지 먹이고 나면 빨래를 돌리러 세탁실에 간다. 세탁실이 병실에서 조금 먼데다 건조기까지 돌리려면 총 3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그 덕분에 몸을 움직인다. 오가는 길에 커피도 사고, 아인이 간식거리도 산다. 그러다 보면 늦은 오후가 된다. 다시 각자 영상을 보다 보면 또 저녁식사 시간. 아인이는 아직 몸이 힘든지 이른 저녁에 잠든다. 아인이가 잠들고 나면 휴게실로 가서 남편과 통화를 한다.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는 시간. 통화를 마치면 병실로 돌아와 간식을 챙겨 먹는다. 몸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허기지는지 모르겠다. 매 끼니 간식을 챙겨 먹는 중. 야식타임이 끝나면 핸드폰을 보다가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든다. 잠귀가 밝은 탓에 입원이 결정되면서 제일 걱정했던 게 잠자리였다. 그런데 입원기간 내내 숙면했다. 코 고는 보호자도 있고 새벽에 칭얼거렸다는 아기 환자도 있었는데…. 심지어 내 자리 바로 위에 에어컨이 있어서 춥기까지 했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우리 병실은 5인실이었다. 환자는 3살 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병의 중증도나 종류도 다양한 듯했다. 병실에 있다 보면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우리 앞자리 보호자는 아이에게 응급상황이 생기는 바람에 병원에 급하게 데려오느라 과속을 했다고 한다. 과속위반 딱지가 날아오면 이의신청을 해볼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응급상황이 많았던 것 같았다. 우리 옆자리 환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팠나 보다. 퇴원이 자꾸 미뤄지자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푸념하듯 말했다. 곧 두 돌이라 집에서 생일파티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못할 것 같다고, 돌잔치도 병원에 있느라 못했다고. 한 번은 의사가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런 말을 해주었다. 오랫동안 많이 아팠던 아이의 보호자는 아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너무나 힘들어하지만 아주 조금은 후련한 마음도 든다고. 보호자도 의료진도 그리고 아이도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마음들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재이가 생각나곤 한다. 34주에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있었던 재이. 뇌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돼서 mri까지 찍었고 다행히 정상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재이를 키우면서 마음을 놓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뒤집기, 배밀이, 혼자 앉기, 네발기기 등등 모든 게 또래 아이들보다 느렸다. 그리고 재이는 아직 걸음마를 하지 못한다.(당시 17개월) 이젠 대근육뿐만 아니라 인지나 언어도 느린 게 보인다. 때때로 걱정의 구렁텅이에 빠지면 재이가 자폐나 발달장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면 내 인생은 없어질 것만 같아 우울해진다. 보호자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소름 끼쳤다.


표정이 많이 좋아진 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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