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 발달 기록
재이는 대근육 발달이 느렸다. 34주에 태어났으니 교정일로 발달 체크를 해봐도 느렸다. 배밀이를 오랫동안 하던 재이. 언젠가, 네발기기를 시키려고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했는데 재이가 너무 힘들어하며 울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 현타가 왔다. 마음이 점점 조급해질 무렵, 그러니까 12개월에 재이가 네발로 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13개월엔 네발기기의 비율이 배밀이를 넘어섰다.
네발로 기기 시작하니 이제 걸음마가 기다려졌다. 나의 걱정을 아는 사람들은 배밀이만 하다가 바로 걷는 아이도 있더라, 걸으려고 시도도 하지 않다가 16개월이 되자마자 걷더라 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말들은 잠깐의 위로를 주고 금세 사라졌다.
최대한 야외활동을 많이 하려고 했다. 산책도 자주 나가고, 육아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놀이방에도 종종 갔다. 손잡고 걷게도 해보고 혼자 서있게도 해보았지만 재이는 야외든 실내든 기어 다니려고만 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조급해하지 말고 잘 기다려주자고 다짐했지만 때로는 누군가 아이가 몇 개월인지 물어볼까 봐 겁이 났다. 15개월인데 아직 못 걷냐는 답이 돌아올까 봐. 실제로 처음 보는 사람과 비슷한 대화가 오고 갔던 적도 있었다.
나는 내가 재이가 아직 걸음마를 못하는 걸 창피해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래 아이들이 많이 오는 놀이방에 가는 걸 점점 꺼렸고, 놀이터에도 아이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낮시간에 갔다. 혹시나 누가 재이를 보는 시선을 느끼면, 재이야 일어나야지, 걸어와야지, 와 같은 말을 하곤 했다. 아이가 뒤처지는 건 내가 뒤처지는 기분이었고, 뒤쳐지는 것에 연연하는 내가 좋은 부모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로웠다.
그즈음, 교회에서 알게 된 아는 동생의 아이, 그러니까 재이보다 두 달 늦게 태어난 아이가 걸음마를 하는 걸 보았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아이가 걸음마를 어설프게 시도하는 걸 본 뒤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막상 닥치니 쉽지 않았다. 우울해하면서도 나는 왜 이것밖에 되지 않는 인간일까, 하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으나 되도록 그 아이에게 시선을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